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맞서기 위해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를 꾸렸다. 법적 대응에서 완패하고 집단 휴진도 통하지 않자 대정부 투쟁의 구심점을 만들려는 의도인데, 전공의 참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의협의 3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고 대화를 촉구하며 의사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의협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산하에 올특위를 설치한다"며 "공동위원장은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맡는다"고 밝혔다. 의협은 당초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다 전날 열린 의료계 연석회의에서 특위 체제로 선회했다.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과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은 공동위원장으로 결정됐지만 전공의 대표 자리는 빈 상태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모든 결정권을 올특위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임 회장은 시도의사회 등과 상의 없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한다"고 밝혀 '불통' 비판을 받았다.
올특위는 오는 22일 첫 회의를 열어 전국 대학병원들의 휴진 현황을 취합하고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지난 17일부터 집단 휴진에 돌입했고,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서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상태다. 전의교협도 이날 온라인 총회를 열어 무기한 휴진 등을 논의한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우리 요구사항에 답변이 없다면 올특위에서 전국 의사 휴진 등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이 올특위를 출범한 것은 의사 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지만 전공의가 동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앞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협 차원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14명의 위원 중 4명을 집단 사직한 전공의 몫으로 배정했는데, 전공의들이 빠지면 시작부터 투쟁 동력은 약화된다. 최 대변인은 "심사숙고한 뒤 답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 일단 자리를 남겨 두고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이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대법원이 전날 최종 기각하며 정부는 완승에 다가가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완료한 데다 법적 정당성까지 확보했고, 지난 18일 의협이 주도한 집단 휴진은 4년 전의 절반 수준인 참여율 14.9%로 마무리됐다.
보건복지부는 예고한 대로 집단 휴진율이 30%가 넘었던 전북 무주군(90.91%), 충북 영동군(79.17%), 충북 보은군(64.29%), 충남 홍성군(54.0%)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정당한 휴진 사유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으로 판단되면 지자체 단위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의협과 대전시의사회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대전시의사회는 휴진율이 22.9%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의 3대 요구사항에 재차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집단 휴진에 앞서 의협은 △과학적 수급 기구를 통해 의대 증원 재논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항 별도 논의 △전공의, 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 및 처분 취소를 요구했다. 김 정책관은 "환자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집단 휴진이 아니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며 "정부는 형식, 의제의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