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현지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등 원전 산업 발전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 국빈 방문을 마친 푸틴 대통령은 20일 새벽 당일치기로 베트남을 찾았다.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직전인 19일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로사톰은 베트남 원자력 산업 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는 양국 협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이 베트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 무역에서 러시아 루블화와 베트남 동화를 통한 결제 비율이 지난해 40%에서 지난 1분기 60%로 높아졌다고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2006년 하노이에 설립된 ‘베트남-러시아 합작은행(VRB)’이 양국 간 신뢰할 수 있는 금융 거래를 보장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탈(脫)달러화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언급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이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실용적인 길을 추구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구 소련 때부터 70년 넘게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는 중립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제재를 가하는 유엔 결의에 줄곧 기권표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의 베트남 원전산업 지원이 현실화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로이터통신은 “약 10년 전(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개발 계획을 유보한 베트남이 입장을 바꿔 개발을 재개할 의사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과 캐나다 등이 이미 베트남에 원전 건설을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를 전후해 평양을 출발한 푸틴 대통령은 약 4시간 뒤인 베트남 현지시간 오전 1시 5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당초 19,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애초 일정인 18일 저녁이 아닌 19일 새벽에 지각 도착한 여파로 베트남에도 20일에 도착하면서 베트남 방문도 북한처럼 당일치기 일정으로 축소됐다.
그는 이날 오전 또럼 국가주석 주최로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한다. 이후 그를 초청한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와 회담하는 것을 비롯해 팜민찐 총리, 쩐타인만 국회의장 등 베트남 권력 서열 1∼4위를 모두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