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후원 의혹' 구현모 전 KT 대표, 2심서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단

입력
2024.06.19 17:28
횡령 혐의에 대해선 무죄 선고돼

비자금을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가 항소심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에 대한 벌금형이 유지됐다. 다만, 횡령 혐의에 대해선 1심과 달리 무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 김용중)는 19일 구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은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보통신사업체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함으로써 일반 시민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했다"며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300만∼400만 원대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의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구 전 대표와 함께 벌금형을 받았던 전∙현직 KT 임원들 9명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검사는 기부금 송금 시점을 횡령 시점으로 보고 기소했는데 이 사건은 자금을 먼저 마련한 다음 사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며 "이 경우 사후 대금 지급 행위를 횡령으로 보는 게 타당하고 그렇다면 피고인들과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해 되파는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조성한 비자금 3억3,790만 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구 전 대표는 KT와 관련 있는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13명에게 회삿돈 1,400만 원을 자신의 명의로 불법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구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를 분리해 각각 약식기소했다. 이에 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벌금 1,000만 원, 업무상 횡령 혐의에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구 전 대표가 불복하면서 정식재판이 열렸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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