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캐나다 토론토 아닌 커뮤니티 도그파크(반려견 놀이공원)에서는 개 68마리가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모두 한국에서 건너간 이른바 '코리안진도'다. 개농장, 개도살장, 산불현장 등에서 구조됐지만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한 개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한 가정의 어엿한 반려견으로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해외로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전문단체 웰컴독코리아가 한국에서 온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을 위해 준비했다.
한국 출신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공유하고, 각자의 반려견을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185명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정수 웰컴독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 온 다른 개뿐만 아니라 다른 입양자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아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개농장 등에서 구조한 개들이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화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입양가족들은 개들이 적응할 때까지 참아주고 기다려주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개들을 입양한 가족들에게 어려움은 없었을까. 경기 수원시 개 도살장에서 도살 직전 구조된 '오목이'를 입양한 매튜 뎀스터, 샬린 뎀스터 가족은 "겁이 좀 있는 편이라 밥을 먹다가도 사람이 뒤로 지나가거나 큰 소리가 나면 놀라면서 밥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며 "하지만 오목이가 점점 집에 적응하며 안정돼 가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고 전했다.
고성 산불 현장에서 구조된 '도치'를 입양한 제시 정도 "처음에는 부끄러움이 많았지만 매주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많은 시간을 기다려주고 이해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많은 것을 열린 마음으로 보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며 "아직 차를 타는 걸 무서워하지만 나중에는 로드트립을 함께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입양한 개들이 가족의 생활패턴을 바꾼 사례도 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개농장에서 구조된 '터커'와 1m 목줄에 묶여 지내다 구조된 '달순이'를 입양한 나탈리 콴, 대니 호 가족은 "개들을 산책시키고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더 활발하게 돌아다니게 됐다"며 "개들이 마음을 열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내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웰컴독코리아는 2018년부터 개농장이나 도살장에서 구조됐지만 국내에서 입양되지 못한 개들을 캐나다로 입양 보내는 일을 해왔다. 지금까지 이 업체가 보낸 개들은 1,150마리에 달한다. 협업단체인 동물자유연대 소속 개들이나 직접 구조한 개들이 대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 후보였던 복남이를 캐나다에 입양 보낸 것(☞관련기사: '퍼스트도그' 후보 복남이, 캐나다 입양 갑니다)도 이 단체다. 웰컴독코리아는 현지 입양 단체를 통해 개와 입양 가족을 주선하다 3년 전부터는 현지에 단체를 차려 직접 입양처를 찾아주고 있다.
입양처를 찾기 어렵다고 해서 함부로 보내지는 않는다. 입양신청서만 5쪽을 작성해야 한다. 또 개가 현지에서 잘 적응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진돗개는 사람과의 교감이 뛰어난 사랑스러운 종이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깝다"며 "국내에서 입양이 활성화돼야겠지만 그 전까지는 이들이 해외에서라도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