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엔 최대 흑자, 중국엔 최대 적자... 경상수지 격차 심화

입력
2024.06.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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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성장세 차이
흐름 당분간 지속될 것"

지난해 대(對)미국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를, 대중국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엇갈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판단이다.

19일 한은은 '2023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를 내고,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가 912억5,000만 달러(약 126조710억 원) 흑자를 냈다고 밝혔다. 미국과 거래에서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돈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 1998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모두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한 결과다. 상품수지는 승용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821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이자수입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186억8,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반대로 지난해 대중 경상수지는 309억8,000만 달러(약 42조8,020억 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2022년 적자로 전환한 이후 적자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상품수지가 336억 달러의 역대 최대 적자를 낸 타격이 컸다. 지난해 중반까지 이어진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대미, 대중 경상수지의 탈동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혜정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최근 대중 수출이 줄고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간 성장 격차 때문"이라며 "현재 미국은 성장이 좋고 중국은 부진한 상황에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대미 경상수지가 중국을 추월했고, 두 나라에 대한 경상수지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 팀장은 "'고착화'라고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미국 외에도 지난해 유로와 동남아 지역에서 각각 63억9,000만 달러, 516억7,000만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다만 동남아 지역은 반도체, 석유제품, 화공품 등의 수출이 줄면서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폭이 전년 대비 약 258억 달러 줄었고, 운송수입이 감소하면서 서비스수지는 적자 전환했다.

중동지역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줄면서 적자폭이 737억4,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147억 달러 가까이 줄었다. 대일본 경상수지는 168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내국인의 일본여행이 늘면서 서비스수지가 적자 전환했고, 상품수지는 화공품, 정밀기기 등의 수입 감소로 적자폭이 축소됐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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