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출범한 우주항공 전담 행정기관인 우주항공청(KASA·카사)은 출발부터 꽤 거창한 기치를 내걸었다. 한강의 기적, 반도체의 기적에 이은 세 번째 '우주의 기적'을 통해 우주항공 5대 강국에 진입하고,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포부였다. 아직까지는 멀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우주의 경제적 가치가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윤영빈 초대 우주항공청장이 19일 우주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주의 기적을 써 나갈 방법론을 자세히 밝혔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윤 청장은 우리나라가 우주경제 개발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확언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주경제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800조 원에 달했고, 2035년에는 약 3배에 가까운 2,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 청장은 "우주경제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반도체 산업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이 중 10%라도 가져오게 되면 국가 경제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가 우주 7대 강국이라고 하지만, 경쟁국들과의 격차가 커 지금부터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청의 4대 임무(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과학탐사·항공혁신) 중 민간기업 주도의 산업화가 가장 가시화한 부분은 발사체 분야다. 다만 스페이스X 같은 미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와 미국의 발사체 기술 격차는 18년(2020년 기술수준평가)에 달한다.
윤 청장은 발사체 개발이 '성능 고도화'에서 '재사용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만큼, 우리나라도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사용 발사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5, 6년 사이의 일이지만, 발사 단가가 10분의 1까지 하락해 시장의 판도가 확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발사 단가를 낮추는 여러 가지 방법 중 재사용 발사체가 가장 최선이고, 우리 민간기업들도 여기에 관심이 많다"면서 "우선은 500㎞ 고도에 중량 500㎏의 위성을 실을 수 있는 재사용 발사체를 민간 주도로 개발하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탐사 영역에선 여러 국가의 협력이 필수이고, 우주청은 국제무대에서 대표성을 띤 우주전담 기관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청장은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유인 우주 달탐사 계획과 관련된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긴 했지만, 과제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적극성을 갖고 아르테미스 관련 과제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달 탐사 능력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청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2040년대 달 기지 확보'라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구체적인 계획이 담긴 '우주탐사 로드맵'을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윤 청장은 우주기술 없이는 일상적인 삶은 물론 미래 산업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주기술은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위성항법장치(GPS)나 위성통신이 없으면 자율주행차나 미래항공교통(AAM)도 불가능하다"면서 "후속 세대를 위해서라도 한시라도 더 빨리 우주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우주청이 맡은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