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논쟁'이 불거졌다. 당권 도전이 유력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사상'이 의심된다는 내용인데, 한 전 위원장 대세론에 대한 견제 성격이 강하다.
4·10 총선 전 한동훈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김경율 회계사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누가 그를 국민의힘에 영입했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다. 한 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윤석열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불을 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KBS라디오에서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이 한 전 위원장 주변을 에워싸고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한 전 위원장과 가까운 김 회계사와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등을 겨냥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신지호 전 의원은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으로 오기 전 김경율에 대한 영입 작업을 했던 사람은 이 의원 아니었냐"고 공개 반박했다. 이 의원은 총선 당시 당 인재영입위원장이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지난 18일 "김 회계사는 인재영입위에서 영입한 인사가 아니다, 김 회계사는 한 전 위원장과 인연으로 비대위에 합류한 분"이라며 신 전 의원 등에 대한 법적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회계사 본인이 등판했다. 그는 19일 “이 의원 말씀이 맞다. 인재영입위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 의원에 동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재영입위가 한 전 위원장보다 먼저 자신에게 입당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반격한 것이다.
영입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김 회계사가 '한동훈 좌파설'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김 회계사는 참여연대 활동가를 지내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사태 등을 계기로 보수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대위원으로 활동하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마리 앙투아네트" 발언 등을 했다가 친윤계 지지층의 미움을 샀다.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김 회계사를 "민주당 프락치"에 비유했다.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도 좌파라는 주장을 편다. 장인인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2004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다 포기한 사례 등을 들면서다. 한 전 위원장은 야권을 상대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온 만큼 당내에선 일부 유튜버의 루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공격할 소재가 그만큼 없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 상대측에서 이를 파고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이 의원과 가까운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더불어시민당(21대 국회 민주당 위성정당) 경력을 문제 삼아 "조 의원이 좌파"라고 반격하며 이전투구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좌파 논란은 실체가 불분명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중도 클릭이나 지역주의 극복 행보를 하려 할 때 좌파 프레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실제 한 친한동훈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의 우파 사상을 분명히 알려 당원들의 우려를 씻을 필요가 있다"며 '사상 고백'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