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데려와서는 방치해 숨지게 하고 암매장까지 한 커플이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형사2부(부장 김성원)는 18일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에게 입양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접근해 갓난아기를 데려와서는 제대로 돌보지 않아 숨지게 하고 암매장한 혐의(아동학대 치사, 시체유기 등)로 A(여·34)씨와 동거남 B(29)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커플은 지난해 2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양가정을 알선하는 기관 직원으로 신분을 속이고 30대 미혼모가 낳은 아기를 데려왔다. 아기는 감기 등으로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지만, 이들은 부모가 아닌 사실이 발각될까 봐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기는 끝내 숨을 거뒀다. A씨 커플은 아기 시신을 친척집 마당(밭)에 묻었다.
범행은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예방차원에서 해마다 두 차례 실시하는 영∙유아 정기예방접종 기록 확인 과정에서 발각됐다.
복지부는 숨진 아기가 필수 예방접종을 받은 기록이 확인되지 않자, 친모인 30대 미혼모가 살고 있는 대구 동구에 통보했다. 동구 아동청소년과 직원들은 곧바로 집을 방문했고, 아이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올 1월 경찰 등에 수사를 의뢰했다.
100일 넘게 집중 수사한 결과, A씨 커플은 친모가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날 아기를 데려왔고, 아기는 생후 20일 만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커플은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지 않아 양육을 위한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아이를 좋아하고 미혼모를 돕고 싶어 데려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