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농산물 가격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일·채소류 수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18일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평균 2.9%에서 하반기 2.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둔화 흐름을 감안해 5월 전망을 유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가격 수준을 안정화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관련 보고서를 통해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농산물 가격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수입을 통한 과일 공급이 주요국 대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개인적으로는 수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 작성 취지는 "수입·개방을 하자, 말자가 아니라 우리 가격이 왜 높고, 특히 어떤 것이 높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것"이라며 "(수입을) 추진할지, 어떻게 할지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보고서 발간이 "정부 부처가 중장기적으로 물가 수준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 수준이 높을 때 '한은은 뭐하냐'라고 하는데, 물가 수준은 우리 목표와는 다르고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화로, 물가 수준 안정화가 중앙은행 책무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통일된 입장이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리인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발언에 대해 이 총재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저는 한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며 "(금리를 인하)하라고 (하면 인하)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주는 거라면 경청하는 게 저희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농산물 가격에 대해 한은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 의견을 각자 제시하고 책임 맡은 기관이 정책 수단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