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일본에서 문을 연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현재 한국에 유일하게 진출한 일본 갤러리다.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남산 자락 소월길에 자리를 잡았다. 개관 9개월 만에 첫 한국 작가 개인전을 연 화이트스톤 서울에서 고에이 시라이시 화이트스톤 대표를 만났다.
화이트스톤은 아시아 주요 도시 대부분에 갤러리를 두고 있다. 서울점은 일본 도쿄와 가루이자와, 중국 베이징, 홍콩, 대만 타이베이, 싱가포르에 이어 7번째 공간이다. 유키오 시라이시 설립자에 이어 2대째 갤러리를 경영하는 고에이 대표는 "서울은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도시인 데다 역사도 길고 문화적으로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에이 대표는 시장 분석 결과만으로 서울 진출을 결정한 건 아니라고 했다. 3년 이상 사전 조사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경제적 효과만 염두에 두진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 특히 서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트렌드의 힘과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서울 진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에이 대표는 한국을 "대단히 미의식이 높은 나라"라고 평했다. 그가 키아프, 아트부산 등 국내 아트페어를 통해 한국 미술을 오래전부터 접한 것은 물론이고, 그의 아버지도 한국의 미에 심취해 고미술품을 수집했다. 그는 "생전 박서보 선생과 이우환 선생을 따로 찾아뵐 정도로 한국 미술을 좋아한다"며 "앞선 세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함과 창의성을 갖춘 '단색화'를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 시장엔 외국계 갤러리의 진출이 활발하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외국계 갤러리에 안방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고에이 대표는 외국계 갤러리들의 진출로 서울이 각 나라와 문화, 작가들을 잇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의 여러 거점에 한국 작가를 알리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 작가 공모전' 역시 구상의 일환이다. 화이트스톤은 지난 2월부터 공모를 내고 젊은 한국 작가 27명을 선정했다. 공모에는 1,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현재 열리고 있는 권순익, 최아희 작가의 개인전이 끝나면 갤러리에 이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10년, 20년 이상 역사에 남을 만한 작가를 발굴해 세계에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 작가들이 커리어를 넓힐 수 있도록 아시아의 여러 지점에 전시하며 가능성을 연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