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딩'은 지난 5일 시작해 30일까지 이어지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개막작입니다. 이 영화제는 세계 3대 환경영화제 중 하나입니다. 2,831편이 출품되고 여러 방식으로 78편이 상영되는 규모도 놀랍지만, 개막작을 보려고 모인 3,000명 가까운 관객들의 열기를 보며, 우리 국민의 성숙해진 환경의식에 뭉클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와일딩'은 우리나라에도 소개된 이사벨리 트리의 '야생 속으로'라는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데이비드 앨런 감독의 작품입니다. 영국인 부부가 지속적인 경작, 농약 사용으로 더 이상 수확할 수 없는 땅에 26년간 말, 돼지, 사슴 등 초식동물을 방목해 시도한 재야생(Rewilding) 실험으로 자연의 회복력을 알려준 다큐멘터리입니다. 동물들이 야생성을 찾고, 사라졌던 멧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땅속 균근들은 나무들을 이어주며 땅이 회복되어 살아 숨 쉬는 생명이 가득한 공간으로 회복되는 과정은 놀라웠어요. 또 아름다운 영상과 무게감 있는 내레이션은 큰 울림을 줬습니다.
생태계 복원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일로 도입되는 초식동물들이 인위적 개입으로 유전적 교란 등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개인적 걱정도 있었지만, 적어도 자연의 기적과 같은 회복력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했습니다.
생명들을 초대한 놀라운 작은 경험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국립세종수목원이 문을 열고 나서, 직원들은 쓰고 남은 자재들로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들을 위한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나비들이 찾아오고, 산란을 하고, 애벌레가 크고 다시 나비가 되는 한살이 과정에 필요한 식물과 환경을 만들었는데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적으로 희귀하다는 큰주홍부전나비를 비롯해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긴꼬리제비나비 등 20여 종이 찾아온 것이지요. 놀라운 경험을 한 직원들은 곤충들을 위한 호텔을 짓고, 벌들을 위한 정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국의 농장에서는 키우던 가축을 방목하고, 세종시의 도심에서는 산초나무와 토끼풀 같은 몇 가지 식물과 물을 모아주는 작은 정성만으로도 다양한 생명들이 스스로 초대되어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을 만들어 간 귀한 경험들입니다.
더 하고픈 건 유럽에서 시도하고 있는 '수분매개자 인증 정원식물' 제도입니다. 개량해 꽃만 화려할 뿐 생식기능이 사라진 식물 대신 정원에 심으면 벌과 나비도 함께 불러올 수 있는 식물임을 알려줘 누구나 마음먹으면 생명을 초대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선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