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0) 칼로리가 올여름 음료 업계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올랐다. 어른이 즐기는 주류부터 어린이가 자주 찾는 뽀로로 음료까지 당이나 칼로리를 확 줄이며 변신하고 있다. 상품군이 다양해진 만큼 제로 음료 역시 나날이 유전자(DNA)를 확장 중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최근 전통주 스타트업 '뉴룩'과 얼그레이향 막걸리 등 '뉴룩 막걸리' 3종을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발효 공법을 활용한 덕분에 당류는 모두 제거하고 칼로리도 절반 수준(100g당 23.6㎉)으로 낮출 수 있었다. 막걸리 특유의 단맛은 천연 감미료인 대체당 알룰로스로 살려냈다.
주류 업계 '제로'의 원조는 롯데칠성음료가 2022년 9월 출시한 무가당 소주 '새로'다. 7개월여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병을 돌파하더니 지난해엔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기면서 시장에 안착했다.
그러자 이에 질세라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1월 '진로'를 제로 슈거 소주로 재단장했다. 그렇게 불붙은 두 회사의 '제로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3월 제로 슈거 소주 신제품인 '진로 골드'를 선보였고, 롯데칠성음료도 5월 새로에 살구 맛을 가미한 '새로 살구'를 내놨다.
어디 술뿐이랴. 누적 판매량 7억5,000만 개에 달하는 대표적인 어린이 음료, '귀여운 내친구 뽀로로'도 제로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 제품을 만드는 팔도는 당류와 칼로리를 없앤 '빅 뽀로로 제로'를 18일 내놓았다. 기존 뽀로로 음료(235㎖)보다 1.5배 큰 용량(360㎖)이다. 팔도는 선호도가 높은 2종(우유맛·딸기맛)을 먼저 출시하고 다양한 맛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로 막걸리를 업계 단독으로 출시한 GS25는 "최신 흥행 공식을 두루 갖췄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말마따나 '제로' 딱지만 붙었다 하면 불티나듯 팔리는 게 요즘 업계 풍경이다. 앞선 3월 팔도는 소비자에게 익숙한 '비락식혜'를 제로 제품으로 출시했다가 50일 만에 300만 개를 팔아 치웠다.
매출이 보장되는 만큼 상품 가짓수도 다양해지고 있다. GS25에서 판매하는 제로 음료 상품 수는 2020년 4종 올해 6월 기준 117종으로 크게 늘었다. 편의점 CU도 탄산음료 130여 종 가운데 제로 음료만 60여 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