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도 등 돌렸다... 기시다 일본 총리 재선 가도 '흔들'

입력
2024.06.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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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 다로, 공개적으로 기시다 비판
기시다·아소, 비자금 사건으로 갈등
자민당 지지율 10%대로 떨어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아소 다로 전 총리 사이에 균열이 생기며 일본 정치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사건' 대응 과정에서 두 사람 간 갈등이 불거져서다.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전 총리 측이 총재인 기시다 총리의 퇴진론을 공개적으로 꺼냈는데, 아소 전 총리가 퇴진론을 키울 경우 기시다 총리의 9월 자민당 총재 재선 도전은 어려워질 수 있다.

'삼두정치' 한 축 아소, 기시다 지원군이었는데…

17일 일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소파 소속인 사이토 히로아키 중의원(하원)은 전날 니가타현 모임에서 집권 자민당 계파 비자금 사건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사이토 의원이 '기시다 총리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며 "자민당 현직 의원이 공개적으로 총리 퇴진론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짚었다. 이 모임에 참석한 아소 전 총리도 기시다 총리가 비자금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추진 중인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며 "화근을 남기는 개혁은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정권을 떠받치는 '삼두정치'의 중심축인 만큼, 그의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자민당 내 의원수 순위 4위의 소수파벌 기시다파를 이끌었던 기시다 총리는 당내 2, 3번째로 의원수가 많은 계파인 아소파와 모테기파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운영해 왔다.

아소 전 총리는 기시다 총리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때마다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의 막후 역할을 한 것이 아소 전 총리였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4월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정치자금 개혁안 불만 아소가 등 돌려

그러나 두 사람 관계는 자민당 비자금 사건 이후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소 전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1월 기시다 총리가 상의도 없이 자민당 계파 해산을 결정하자 불만을 표출했다. 아소 전 총리는 지금도 아소파를 해산하지 않고 당내에서 유일하게 계파를 이끌고 있다. 최근 논의 중인 정치자금규정법을 두고도 기시다 총리가 연립여당 공명당 및 야당과 합의하느라 규정을 강화한 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전 총리가 기시다 총리와 거리를 두면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둘러싼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포스트 기시다' 여론조사에선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담당장관,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등의 지지율이 높고, 모테기 간사장과 가토 가쓰노부 전 관방장관 등도 출사표를 낼 분위기다.

이 중 모테기 간사장은 14일 밤 아소 전 총리와 3시간 동안 만났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지난 6일 밤 가토 전 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 전 정조회장, 다케다 료타 전 총무장관 등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총재 후보가 난립할 경우 현재 유일한 계파인 아소파 수장의 판단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기시다 총리는 아소 전 총리와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그는 최근 기시다 총리의 식사 초대조차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지지율, 정치개혁 불만에 10%대 급락

기시다 퇴진론이 불거진 때 공교롭게도 자민당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다. 아사히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지지율은 19%로 지난달 조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10%대는 2009년 자민당이 정권을 내준 아소 전 총리 시절인 20%보다 낮은 수치다. 자민당의 정치자금 제도 개혁에 대한 불신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정권 출범 후 가장 낮은 22%로 나타났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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