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교수 절반가량이 어제 집단 휴진에 나섰고, 대한의사협회 소속 일부 병의원들이 오늘부터 휴진에 동참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4개월간 의료 공백 사태를 참고 견뎌온 국민들이 이젠 휴진 의원 불매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로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거세다. 의사 사회는 우물 안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분노를 살피고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서울대병원 휴진 사태로 인해 신장암 4기 환자조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 및 항암치료를 한 달 연기한다는 문자 통보를 받았다는 글이 환자단체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이번 휴진은 정책 결정자들을 향한 외침이지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는 황당 발언을 했다. 환자의 목숨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 것 그 자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음을 왜 모르는가.
의협도 18일부터 집단 휴진에 나설 예정이라 긴장을 키우고 있다. 휴진 신고율은 4% 정도라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크다. 지역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파업 참여 병원을 공유해서 이 지역 장사 못 하게 해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 의사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앞으로 이용하지 말자” “자주 다니던 병원이었는데 휴진한다고 하니 이제 안 가려고 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현장 이탈 전공의들의 행정처분을 철회했는데도, 의사들이 사실상 의미 없는 ‘행정처분 완전 취소’ 같은 요구사항을 내건 것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본질이 아닌 말꼬리 잡기 및 힘겨루기 식 싸움을 거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내년 입시에 반영된 ‘의대 증원 재논의’를 아직까지 주장하면서, 조정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막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에는 교수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하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대자보가 내걸렸다고 한다. 의사들은 국민과 환자들의 분노를 절감하고 입장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병원장에게 진료 거부 손실에 대한 구상권을 참여 교수들에게 청구하라고 요구했다. 설득으로 되지 않는다면 금전적 책임 부과가 최종 방법이 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