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 간신히 이긴 격전지에서 자신을 압도적으로 밀어 준 흑인 유권자의 지지를 20%포인트 넘게 잃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에 제3후보 편으로 이탈한 표를 얼마나 되찾아올 수 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게 조사기관 분석이다.
미국 USA투데이는 서퍽대와 함께 지난 9~13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州)와 미시간주 흑인 유권자 각 500명을 대상으로 가상 다자 대결 지지율 여론조사를 벌였더니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2020년 대선 때 수치에서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두 주 모두 76%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의 해당 비율은 펜실베이니아 56%, 미시간 54%에 머물렀다. 각각 20%포인트, 22%포인트 빠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떠난 이들 대부분이 맞수이자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지지를 바꾼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흑인층의 트럼프 지지율 상승폭은 펜실베이니아 3%포인트(8%→11%), 미시간 6%포인트(9%→15%)에 불과했다. USA투데이는 “흑인 유권자들이 이제 바이든에게 열광하지 않지만 트럼프도 싫어한다”고 전했다.
지금 그들 다수가 합류한 곳은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 제3후보들이다. 2020년 당시 1%에 그쳤던 제3후보 투표 비율이 이번 조사에서는 15%(미시간), 16%(펜실베이니아)까지 부풀었다. 조사 책임자인 데이비드 팔레올로고스 서퍽대 정치연구센터 소장은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제3후보 지지 유권자의 두 번째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은 바이든에게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2020년 승리 재연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일단 등 돌린 유권자 불만이 깊고 다양하다. 지지를 철회한 이의 3분의 1 이상이 재임 성과에 실망감을 피력했다. 14%는 고령을 문제 삼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13%는 가자 전쟁에 동력을 제공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지에 반대했다. 더욱이 무슨 수를 써도 출구 조사 기준 13배(92% 대 7%)에 달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득표율 격차를 재연하기는 어렵다. 4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두 주에서 각각 1.2%포인트(펜실베이니아), 2.8%포인트(미시간) 차로 신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 유죄 평결을 사법 피해로 포장, 사법 불평등의 오랜 피해자인 흑인층에 구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펜실베이니아 흑인 84%, 미시간 흑인 79%가 양측이 같은 피해자라는 트럼프 측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이 담당 판사라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겠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펜실베이니아에서 61%, 미시간에서 51%나 됐다. 흑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 이득을 보려는 계산도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절반 넘는 응답자가 그럴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CNN방송은 자기 임기 때 흑인 실업률과 빈곤율이 가장 낮았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흑인 교회 유세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흑인 실업률(2023년 4.8%)과 흑인 빈곤율(2022년 17.1%) 최저치가 모두 바이든 행정부 때 기록됐다는 게 CNN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