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동원해 기록적인 규모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연예계에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세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기업을 이끄는 비즈니스 리더들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편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기대하면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저녁 LA 시내에서 열린 대규모 후원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줄리아 로버츠와 조지 클루니, 코미디언 지미 키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함께하는 것으로 홍보된 행사다. 최소 2,800만 달러(약 389억 원)의 후원금이 들어왔고, 이는 민주당 대선 캠페인 사상 하룻밤 행사 최대 모금액이라고 바이든 캠프는 밝혔다.
행사는 미국 ABC방송 심야 토크쇼를 진행하는 키멀의 사회로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화하는 방식이었다. 무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좌석조차 250달러(약 35만 원)에 팔렸고, 두 전·현직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행사 직후 귀빈 대상 파티에 갈 수 있게 해 주는 초대권은 가격이 50만 달러(약 7억 원)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이날부터 이틀간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건너뛰고 LA로 날아왔다.
할리우드는 바이든 대통령에 우호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원로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선거운동 광고 내레이션을 맡았고,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연출을 돕고 있다. ‘스타워즈’ 배우 마크 해밀이 백악관을 깜짝 방문했고, 미국 대통령 역할을 하기도 했던 마이클 더글러스는 자택에서 모금 행사를 열었다.
한계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 곁에 젊은 스타들은 드물다”고 15일 짚었다. 이스라엘을 편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청년층이 품은 반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 최근 백악관 공연 초청을 거절한 20대 가수 차펠 론이 그중 한 명이라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캠프도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 모인 할리우드 명사들은 보통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엘리트주의자라고 비난한다.
기업 수장들이 향하는 곳은 할리우드 반대편이다. WSJ는 14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에 유리한 의제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트럼프에게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단적인 사례가 기업 친화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지난 13일 주최한 행사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 최소 80명의 CEO가 참석한 일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법인세 감세 공약과 함께 규제 완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청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런 기업인들의 지지는 ‘트럼프 2기’에 대한 기대보다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 사업 환경에 대한 좌절감에서 비롯된다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유죄 평결 이후 자신도 흑인과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 사법 체계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더 강하게 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대선 격전지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흑인 교회를 찾아가 유세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터닝포인트액션’도 방문했다. 미시간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