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보름간 2조 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시행 예정인 대출 규제 강화가 증가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3일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5조3,759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이후 2조1,776억 원이 늘었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2조484억 원)이다. 4월 한 달 4조4,346억 원, 지난달 5조1,953억 원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 들어 가계대출은 4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비단 은행뿐만이 아니다. 전 금융권 추이도 4월 4조1,000억 원에서 5월 5조4,000억 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난달까지 가계대출 증가율은 0.2%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지난해 3.4%)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부동산 세제 개편 등으로 증가세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도 추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12일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하반기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책모기지 요건 완화, 부동산 거래 회복,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 등이 맞물리는 등 더욱 세심한 관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주택매매 관련 심리가 다소 개선된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며 "가계대출 흐름을 계속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말 연 4.16%(가중평균)에서 4월 3.93%로 내렸고, 같은 기간 전국 주택거래량은 3만8,000호에서 5만8,000호로 늘었다.
다음 달 시행 예정인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추후 금리가 올라도 갚을 수 있도록 대출액을 제한하는 제도다. 올해 2월부터 은행 주담대에 시행 중이고 다음 달부터는 은행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안은 미확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1단계 영향 및 2단계 예상 효과를 살펴보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2단계 시행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