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조작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 유죄, 2심 무죄를 받은 배우 견미리의 남편에 대해 대법원이 다시 유죄 취지 판결을 했다. 투자자들의 판단에 중대한 착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허위로 공시했는데도, 그 위험성이 과소평가됐다는 이유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견미리 남편)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30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과 같이 기소됐다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B씨의 무죄 부분도 함께 파기환송했다.
이들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주식을 매각해 23억7,000여만 원의 차액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증권방송 등을 통해 허위 호재를 퍼뜨려 주식 매수를 추천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이 회사의 이사로 대표와 공동 경영을 맡았다.
재판에서는 주요 주주의 주식 및 전환사채 취득자금의 조성 경위를 사실과 다르게 공시한 것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당시 업체는 견미리와 대표가 본인 예적금 각 15억 원을 들여 전환사채권을 취득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론 모두 차입금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견미리와 대표가 6억 원씩을 들여 증자에 참여했다고 공개한 부분도, 알고 보니 대표의 자금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 받은 돈이었고, 견미리의 6억 원 중 2억5,000만 원은 지인에게 빌린 돈이었다. 중국 투자사의 자금 조달 방법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얘기가 끝난 것처럼 공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1심은 이런 행위가 '중요 사항의 거짓 기재'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회사 운영진과 증권방송인에게도 모두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1심 재판부는 "주식시장에서 거래행위는 시장에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질타했다.
2심은 그러나 "취득 경위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들에게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결론을 뒤집었다. 방송인이자 투자모집책 B씨가 무인가 금융투자업을 운영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엇갈린 하급심에 대해 대법원은 1심 논리가 옳다고 보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허위공시 행위는 투자자에게 회사의 최대주주 겸 경영진이 자기자금으로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여력이 있다는 등의 인식을 줘서 주가를 부양하는 등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