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전설적 투자자 피터 린치가 직접 추천해 주는 미국 주식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상담을 신청해 주시면 메시지를 보내드려요."
주식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를 보던 A씨는 광고를 보고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최근 국내 주식 수익률이 좋지 않아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A씨가 안내돼 있는 번호로 연락을 하자 곧 한 오픈채팅방에 초대됐다.
채팅방에는 A씨도 들어본 적 있는 전설적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나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 등의 대화명을 사용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이들은 마치 통역 애플리케이션(앱)을 쓰듯 어눌하게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일부 종목을 언급했고, 실제로 한동안 해당 종목으로 A씨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들은 "투자금을 늘려야 수익도 크다"며 A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A씨는 홀린 듯 가진 자본금을 모두 털어 넣었다. 그러나 직후 해당 종목 주가는 80% 이상 하락했으며 채팅방은 사라졌다. 모두 사기였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A씨와 같은 불법리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 16일 소비자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채팅앱에서 해외 주식 매수를 권유하고, 채팅방 참여자의 매수세 증가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매도한 뒤 잠적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해외 주식 인기를 등에 업고 해외 투자전문가까지 사칭하고 나섰다는 점이 특징이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지 6개월 미만인,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소형 해외 주식을 주로 추천했다. 최초 1~4회 매수 및 매도를 반복하면서 일정 수익을 경험하게 해 주면서 신뢰를 준 뒤, 마지막에 보유자금 전부로 주식을 매수하도록 권유해 자본금을 모두 빼는 방식이다. 이들은 투자자가 주가 하락에 항의하면 "강력한 공매도 때문"이라고 변명한 뒤 채팅방을 모두 없애는 식으로 잠적한다.
문제는 피해 구제가 요원하다는 데 있다. 온라인 사기가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사기 일당을 잡아내기 쉽지 않고, 잡더라도 범죄수익 동결 및 환수가 사실상 어려운 탓이다. 투자자 본인의 주의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조언을 해 준다고 하면 정식 투자자문업체 여부, 업체명, 운영자 신원 및 연락처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인을 사칭하며 추천하는 종목은 대부분 급등·급락하기 쉬우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