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의 후반기는 동갑내기 스타 감독들의 지략 대결로 채워질 공산이 크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과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올 시즌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4년여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세 사람은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함께하며 우승을 일궈냈던 '절친'들이다.
황 감독의 K리그1 복귀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감독이 이끄는 대전은 1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과 K리그1 2024 17라운드를 치른다. 황 감독은 지난 2020년 9월 대전의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3년 9개월 만에 K리그에 복귀하게 됐다.
복귀전부터 참 얄궂은 상황이다. 자신이 지휘하며 대한축구협회(FA)컵 2연패를 일궈냈던 '친정집' 포항(2011~15)을 첫 상대로 만난 것도 모자라 현역 시절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박 감독과도 격돌해야 한다. 1990년대 포항에서 공격수와 미드필더로 활약한 황 감독과 박 감독은 1997~98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멤버다.
그러나 승리 앞에 우정은 잠시 내려놔야 한다. 대전의 갈 길이 험난해서다. 대전은 현재 11위(3승 5무 8패·승점 14)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최하위 대구FC와 승점이 같으나 다득점에 앞섰다. 황 감독은 2주간의 A매치 휴식기 동안 선수들과 클럽하우스에서 땀을 흘리며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황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겠다"고 한 만큼 포항에 승리해 팀 분위기를 반등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에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한 명재용 수석코치와 김일진 골키퍼 코치, 박성균 피지컬 코치를 영입해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포항도 양보란 없다. 대전에 이겨야 치열한 1위 다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3위 포항(승점 29)은 1위 울산 HD(승점 31), 2위 김천 상무(승점 30)와 승점 차이가 크지 않아 언제든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박 감독도 모든 선수의 공격화를 선언, "원팀"을 외치며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고 있다.
홍 감독은 리그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홍 감독은 16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FC서울을 불러들여 격돌한다.
일단 흐름은 좋다. A매치 휴식기 전 가진 전북 현대와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챙기며 선두에 올랐고, 최근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를 달리고 있다. 또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울산은 팀 유효슈팅(97회), 패스 성공(8,511회), 키패스(128회)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주요 공격 부가데이터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더군다나 서울을 상대로 승률이 높다. 울산은 서울과의 최근 10경기에서 7승 3무를 기록했고, 이번 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승리(1-0)하는 등 무패로 자신감에 차 있다. 축구대표팀에 차출돼 지난 6일 싱가포르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차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는 등 1골 3도움을 올린 주민규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아울러 대표팀에 승선하지 않은 김영권은 모처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체력을 보강했다.
울산은 전북전 직전까지 클린시트에 애를 먹었다. 홍 감독은 앞서 "더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위해 A매치 기간 수비 조직력에 신경 쓸 것"이라며 견고한 수비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