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이겼다... 테슬라 주총서 '560억 달러 성과 보상안' 가결

입력
2024.06.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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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찬반 표결 수치는 공개 안 돼
보상안 무효 소송서 유리한 발판 마련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최대 560억 달러(약 77조 원) 규모의 성과 보상을 하기로 한 결정을 재승인하는 안건이 13일(현지 시간)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가결됐다. 이번 가결로 머스크는 보상안의 적절성 여부를 가리는 재판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테슬라 측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 본사에서 열린 연례 주총에서 머스크에게 수십조 원대 가치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한 2018년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정확한 찬반 표결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미 최대 성과 보상안 중 하나에, 주주들 재승인

이날 주총에서 재승인된 성과 보상안은 2018년 테슬라가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확정한 것이다. CEO인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월급과 보너스를 받지 않는 대신, 회사 매출·주가·시가총액 등 미리 정해둔 12개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테슬라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전부 받을 경우 총가치는 2018년 당시 기준 560억 달러로 추산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보상 패키지 중 하나로 기록돼 있다.

이후 머스크는 도장 깨기하듯 정해둔 목표를 하나씩 이뤄내, 2022년 말엔 결국 모든 목표를 달성하고 스톡옵션 최대치를 가져갔다. 다만 이날 증시 종가(182.47달러) 기준으로 그의 스톡옵션 가치는 480억 달러(약 66조 원) 수준으로 작아진 상태다.


실제 보상 확정 여부에는 여전히 주요 변수가 있다. 소액주주인 리처드 토네타가 보상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 1월 잠정 승소하면서 오는 7월 최종 판결에서 보상이 원천 무효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델라웨어주법원은 "이사회가 그의 보상을 승인하기까지의 과정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이사회가 머스크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져 있었고 사실상 머스크의 주도하에 보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이 같은 판결에 반발하며 이 보상안을 재승인하는 안건을 이날 주총에 부쳤다. 주주들이 머스크에 대한 보상안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재판에서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날 주총 결과가 재판에 직접적인 효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한 것은 머스크 측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사회 측이 이번 주총을 앞두고 보상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주주들을 설득한 만큼 법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애덤 바다위 UC버클리대 법학 교수는 "델라웨어법원이 주총 투표의 효력을 인정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전진하자는 게 주주들의 뜻"

머스크 측은 보상안이 재승인받지 못할 경우 회사를 떠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직을 걸고 배수진을 쳤다는 점에서, 이날 주총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CEO 머스크'에 대한 신임 투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투표 결과가 가결로 나오면서 머스크의 리더십도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투자회사 차이캐피털의 크리스토퍼 차이 사장은 "사람들은 일론을 믿기 때문에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 사람에게 보상을 주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게 주주들이 내린 결론"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테슬라의 법인 소재지를 기존의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이 안건은 지난 1월 델라웨어법원에서 보상안 무효 판결이 나온 뒤 머스크가 제안한 것이다. 머스크는 보상안 무효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절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정규 거래에서 2.92% 오른 데 이어, 주총 결과가 나온 뒤 시간 외 거래에서도 소폭 상승 중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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