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영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을 크게 누를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이 집권 시 달성할 제1의 목표로 '경제 성장'을 내세웠다. 통상 진보 성향 정당이 성장보다 분배에 더 우선순위를 부여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보수·중도 표심을 흡수해 승리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열린 정책 공약 발표 행사에서 "보수당이 집권했던 지난 14년간 주택 부족, 생활비 위기, 낮은 임금 등으로 잠재력이 억제됐다"며 "부의 창출이 우리의 제1 우선순위이며 경제 성장이 핵심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 등이 보도했다. "우리는 친(親)기업이면서 친노동자"라고도 강조했다. 스타머 대표는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날 노동당이 함께 공개한 '영국을 변화시키려는 우리의 계획'이라는 이름의 선언문에도 영국 경제 개혁과 경제 성장 촉진 약속이 담겼다. 이를 위해 노동당은 △엄격한 지출을 통한 경제 안정 회복 △법인세 상한선(25%) 설정 △기업 투자 결정에 대한 안정성 배가 등을 약속했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국민보험 요율 등 근로자 개인의 조세 부담을 늘리지 않겠다고도 강조했다.
노동당은 국가 안보 강화, 단호한 이민 정책 등도 약속했다. 선언문을 통해 노동당은 "보수당 집권 시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됐음에도 군사력은 약화했다"며 "군대 강화 등을 통해 (안보상) 도전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는 "보수당은 불법 이민 감소 정책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수백 명으로 구성된 국가보안사령부를 창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좌파 성향이 강했던 제러미 코빈 전 대표에 이어 2020년 스타머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노동당은 경제, 안보 등에 초점을 맞추며 '중도화 전략'을 전개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더 극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노동당 지지세가 안정됐다는 판단하에 '더 확실한 승리'를 위해 외연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당은 지지율 3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18% 지지율을 보이며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19%)에도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