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밤이 찾아오자, 숲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오늘은 정말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 기대감을 품고 서너 시간쯤 숨죽여 기다렸다. 갑자기 불빛 하나가 깜빡거리더니 반딧불이 한 마리가 날아왔다. 잠시 후 그 반딧불이가 풀숲에 숨어있던 다른 동료들을 호출했는지 여기저기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새 숲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진 듯 환해졌고 “황홀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충남 금산군 제원면 용화리 금강여울목길에서 반딧불이 생태 체험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곳을 직접 와서 보니 다슬기가 풍부한 맑은 강이 흐르고 있었고, 한적한 마을이라 밤에도 불빛이 없어 반딧불이가 살기에 최적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반딧불이는 왜 사람들과 공존할 수 없을까. 그 답을 마을에서 ‘반딧불이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반딧불이는 우리 곁 어느 곳에나 있지만, 우리가 너무 밝은 곳에만 살아서 볼 수 없는 것일 뿐”이라고 답해줬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주변이 얼마나 휘황찬란한지 또 빛 공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당장 오늘 밤부터 내 주변의 빛을 줄여봐야겠다. 혹시나 내 곁에 숨어있던 반딧불이가 반갑게 인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