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 '그래핀스퀘어'가 경북 포항에 세계 최초로 그래핀 필름 양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14일 첫 삽을 떴다. 내년 상반기 문을 열 이 공장은 연간 최대 50만 ㎡ 규모의 그래핀 필름을 생산할 수 있다.
그래핀스퀘어는 이날 오전 포항 남구 체인지업 그라운드 미디어홀에서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대지 면적 3만3,124㎡, 연면적 6,803㎡ 규모의 이 공장은 내년 1분기 완공이 목표다. 내년 3분기부터는 본격적인 그래핀 필름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그래핀이 과거 철이나 실리콘 소재처럼 산업 전반과 일상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며 "오늘의 그래핀 양산 공장 착공식은 세계 그래핀 산업을 주도할 '그래핀 밸리'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육각형으로 연결돼 평면을 이루고 있는 2차원 물질이다. 두께가 원자 하나 정도로 얇아 쉽게 구부릴 수 있는데도 강도는 철의 200배나 되고 전도성은 구리의 100배나 좋아 '꿈의 신소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004년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들이 6년 뒤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간 획기적인 '하이엔드' 제품은 없었다.
그래핀스퀘어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을 이용, 세계 최초로 그래핀 대량 합성 기술을 상용화했다. 그리고 이 필름을 유리에 입혔고, 전류를 흘려 열이 나게 했다. 그러면 그래핀이 투명하기 때문에 유리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이용해 그래핀스퀘어는 투명한 키친 스타일러(주방용 조리기구)·라디에이터(휴대용 난방기)·멀티쿠커 등을 시장에 선보였다. 라디에이터는 지난해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최고혁신상을, 멀티쿠커는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관련기사 ☞ 창문으로 전기 만들고 실내온도 높인다… 노벨상 물질이 이끌 가전·난방 혁명).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축사 영상을 통해 "이번 공장 착공으로 그래핀스퀘어가 도약할 중요 전환점을 맞이했다. 반도체, 센서, 모빌리티, 가전에서 2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더욱 다양한 분야로 응용 범위를 넓혀 세계적 그래핀 제조 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