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커머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행정 소송을 예고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13일 공정위가 자신들에게 부당하게 자체 브랜드(PB) 상품 구매를 유도했다는 혐의로 유통업체 역대 최고 과징금을 부과하자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며 부당한 제재라고 맞섰다. 대부분 PB상품이 로켓배송으로 나가는데 상위 노출을 못 해 매출이 떨어지면 회사의 성장 동력인 로켓배송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 및 CPLB(PB 상품 납품 자회사)를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 위반 혐의로 과징금 1,400억 원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해 후기를 달고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식으로 PB 상품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쿠팡은 이에 대해 "공정위가 상품 추천 행위를 금지한다면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PB상품 구매 감소로 매출이 떨어지면 쿠팡의 재고 부담이 커져 로켓배송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해 첫 연간 흑자 전환을 달성하고 수익 올리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이번 결정으로 자칫 여러 물류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빚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지 몰라 우려하고 있다. 쿠팡은 20일 열려고 했던 부산 첨단물류센터 기공식도 취소했다. 부산 물류센터는 올해 쿠팡이 밝힌 3조 원대 물류망 투자 계획에 포함됐다.
쿠팡은 공정위가 설명한 주요 쟁점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공정위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진열을 통해 상품의 구성이 달라질 수는 있어도 판매 순위가 드러나 고객을 유인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쿠팡은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순위와 오프라인 진열은 실질적 차이가 없으며 이는 역차별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조치로 소비자가 저렴한 상품을 폭넓게 탐색할 수 있을 것이란 공정위의 설명에 대해서도 쿠팡은 PB 상품이 일반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보다 저렴한 것은 분명하다며 물가 잡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또 PB 상품 파트너의 90%가 중소 제조업체라며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로 진입이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의 결정을 두고 PB 상품을 운영하는 관련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제재가 다른 업체로 확대되거나 PB 상품 영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공정위가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 진열이 제한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아 오프라인 업체들은 부담을 덜었다. 다만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야 상당수 소비자들이 PB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금씩 걷어내고 품질에 대한 의심 없이 구매하기 시작했다"며 "쿠팡의 사례가 PB 상품 시장의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