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 회원 휴진을 앞두고 “의사계 소통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했다”며 정부에 대화를 요구했다.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여야 휴진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도 의대 증원 재검토, 전공의 행정처분 무효화 외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아직 정리 중”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은 “의협 중심 단일화에 합의한 적 없다”고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서울대·고려대·울산대 의대 비대위 등 의사단체 대표자들이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어 휴진을 비롯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각 교수단체 비대위는 의협을 중심으로 굳건하게 단일대오를 이루기로 했다”며 “의료계가 소통 창구를 의협으로 통일했으니 정부는 앞으로 의협과 대화하며 사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정부는 의협만 빼고 다른 단체를 개별적으로 접촉해 사태를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의협 결정을 따른다는 게 전 회원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 비대위가 11일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고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회동하기로 하는 등 의정 갈등 국면에 주도적으로 나서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협은 “정부의 입장 변화 없이는 전국적 휴진을 막을 수 없다”면서 정부에 “주말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이탈 전공의 처분 완전 무효화 등 기존 요구 사항도 반복했다. 그러면서 “휴진 철회를 위한 구체적인 요구안은 더 논의해서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변인은 “정부가 전향적 입장을 보인다면 휴진에 대해 회원들과 다시 논의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각 시도 대의원회를 포함하는 범의료계 대책위를 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원의 휴진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의협은 투표율(63.3%)과 찬성률(73.5%)이 높다는 점을 들어 휴진 열기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8일 휴진 이후 추가 집단휴진이나 무기한 휴진 추진 여부에 대해선 “투쟁 방향은 전적으로 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협 요구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전공의들이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의협 집행부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가 당연직 정책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별다른 교감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의 참석자 명단에도 전공의 대표는 없었다. 최 대변인은 “전공의들의 사직은 직도 개별 판단이고 복귀도 개별 판단으로 결정하겠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의료환경을 부숴버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의사단체를 악마화하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의협과 사태 해결할 수 있는 논의 구조를 만든다면 많은 후배들이 돌아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 브리핑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의협)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 범의료계 대책위? 안 간다. 대전협 요구안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뭘 자꾸 본인 중심이라는 건지. 임현택 회장은 이제 말이 아니라 일을 해야 하지 않을지.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