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셰프는 예능가의 단골손님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 '헬로! 플레이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셰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TV 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왜일까.
셰프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2019년 막을 내린 JTBC '냉장고를 부탁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스타의 냉장고가 스튜디오에 놓인 가운데 셰프들이 이 안의 재료들로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연복 정호영 최현석 샘킴 등 많은 셰프들이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얻게 됐다.
과거 이 외에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셰프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JTBC '쿡가대표'는 한국의 셰프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 유명 레스토랑 셰프와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을 그렸다. 올리브의 '올리브쇼'는 푸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다. 유명한 요리사들이 전문 셰프 군단으로 뭉쳐 활약했다. ENA·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헬로! 플레이트'는 국경 없는 요리 대결을 보여줬다.
그러나 셰프 예능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장항준 감독 역시 SBS '더 매직스타'의 제작발표회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시 그는 "한때는 (예능가에) 요리사들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외국인들의 전성시대도 있었다. 이제는 곧 마술사들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셰프의 모습을 담아내는 예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호영이 출연하는 SBS FiL·SBS M '돈까스의 왕, 호영', 백종원이 이끄는 tvN '백패커2' 등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방송가에서 모습을 드러내온 셰프는 정호영 백종원 등 극히 일부로, 요리사의 존재감이 조금씩 옅어지는 중이다. 방송가에서의 새로운 스타 셰프 탄생 역시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과거 셰프들이 먹방 열풍과 맞물려 TV에 등장했다. 그런데 먹방이 전반적으로 퇴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엔터테이너적 측면에서 셰프들의 역량이 예능에 적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선함 때문에 주목을 받았으나 (예능 포맷 자체가) 새로운 음식 관련 트렌드에 맞춰가지 못했다. 더불어 연예인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상황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예인도, 요리도 볼 수 있게 된 거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셰프 예능 전성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전문성을 지닌 셰프들이 펼치는 수준 높은 음식들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아쉽지만, 보다 따라하기 쉬운 간편식들이 등장해 반기는 시청자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