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자신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법안(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거부권이 헌법상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나, 사적 이해관계에 한해 거부권 행사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잇달아 발의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두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1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그중에는 자신과 배우자가 의혹의 중심에 있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도 포함돼 있다.
법안은 대통령이 직무수행 시 이해충돌 발생이 우려되는 사적 관계자의 법안에 대해선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전현희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최고 직책의 공직자로서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사익을 배제하고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헌법과 법률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를 살려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으나, 대통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놓지 않았다. 전 의원은 "원칙적으로 대통령도 공직자에 포함된다. 대통령이란 직책을 콕 집어 대통령도 이해충돌 회피 의무가 있다는 걸 확인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침범해 위헌 소지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 더욱이 거부권은 무소불위의 법안이 아니며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견해"라고 맞받았다. 거부권 행사에서도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해야 한다는 3권분립 원칙과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시 사익은 자제하고 공익을 우선 추구해야 한다는 이해충돌금지 원칙이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전 의원은 "헌법을 무시하고 직책을 형해화시키는 자격 없는 공직자가 아니고서야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겠느냐"며 "행사할 수 없고 행사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민주당 의원 74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김건희 특검법 확장판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종결했다. 문제는 배우자의 금품 수수 신고 의무가 있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 의원은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하는 만큼 대통령 부부를 포함시켜야 한다. 김 여사 부분만 논의되는 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권익위까지 묶어 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