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백 전달' 최재영 "김건희 여사, 주는 선물 다 받았다"

입력
2024.06.1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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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촬영 혐의로 경찰에 출석
"김 여사와 합의 하에 만난 것"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고 이를 촬영한 최재영 목사가 13일 경찰에 출석해 "여러 선물을 제공한 후 김 여사가 청탁을 들여주려 시도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이날 오전 9시 55분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의 본질은 우리가 언더커버(위장수사) 차원에서 제공한 선물을 무분별하게 다 받았다는 것"이라며 "명품 화장품이 들어갈 때도 김 여사와 김 여사의 비서가 접견 일시와 장소를 알려줬다"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2022년 9월 김 여사에게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하며 이를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최 목사는 김 여사의 행위가 공직자 등의 금품 수수를 금지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주는 선물은 다 받았고 시도하는 청탁은 한 가지 말고 거의 다 들어주려고 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라며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시늉한 것도 엄격히는 청탁이 적용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선물을 주고 청탁하는 과정에서 (저의) 개인적인 이득이 있었다면 당연히 처벌받겠으나, 그런 의도로 녹취하고 촬영한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2월 최 목사와 명품백 전달 영상을 보도한 서울의소리 관계자 등을 건조물 침입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날 경찰은 최 목사가 영상을 몰래 찍기 위해 김 여사 사무실을 찾은 것이 불법인지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이 수사 외에도 서울 서초경찰서 등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서초서에선 김 여사를 몰래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한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하는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앞서 명품백 수수 사건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는 10일 김 여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무혐의 종결했다.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관련 처벌 규정에 없다는 것이 처분의 이유였다. 청탁금지법은 은밀하게 제공되는 뇌물의 특성 탓에 형법상 뇌물죄 입증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100만 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요구·약속한 공직자 등을 처벌하도록 정한다. 다만 배우자에 대해선 ①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100만 원 초과 금품 수수·요구·약속을 금지하면서도 ②배우자 본인에 대한 처벌 조항은 두지 않고 있다. 물론 ③그 사실을 안 공직자 등에게 지체 없이 반환·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④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는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청탁금지법은 '입법 미비'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 문제와 별도로 권익위가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처벌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고 의무자(대통령)에 대한 조사, 의견 제시, 수사의뢰 등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