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노숙생활을 하던 50대 남성이 자신의 끼니와 잠자리를 마련해준 사회복지법인에 첫 월급을 건넨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13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 ‘안나의집’ 김하종 신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안나의집에서 끼니와 잠자리를 제공받는 50대 A씨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김 신부는 “이게 뭡니까”라며 물었고, 이에 A씨는 “첫 월급을 받았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줘 고맙다”며 꾸벅 인사를 한 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꼬깃꼬깃 접힌 은행봉투 안에는 5만 원짜리 지폐 10장, 모두 50만 원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두 달 전인 4월 초쯤 안나의집에서 제공하는 무상급식소를 찾았다고 한다. 처음 이곳을 찾은 그는 허름한 입성에 초췌한 얼굴로 오랜 기간 거리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안나의집에서 제공하는 무상 급식과 숙소를 제공받아 생활하며 기력을 회복했고, 한 달 전부터는 “취직했다”며 매일 아침 일터로 향했다고 한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첫 월급을 받자마자 은행에서 돈을 찾아 김 신부에게 건넨 것이다.
김 신부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힐 텐데, 첫 월급을 선뜻 남을 위해 써달라며 내놓아 감동을 받았다”며 “안나의집 사회복지사업에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인으로 한국에서 봉사하기 위해 귀화 후 개명한 김 신부는 1998년부터 경기 성남에서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을 운영하며 노숙인 무료 급식 및 위기 청소년 자립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