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 대변이 회색이나 흰색이라면 ‘담도폐쇄증’ 여부 확인해야

입력
2024.06.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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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인경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

담도폐쇄증(biliary atresia)은 담즙(쓸개즙) 통로인 담도(담관·쓸개관)가 막히는 질환이다. 어린이 담도폐쇄증은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다(대한소아외과학회). 어린이 담도폐쇄증은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없기에 간 기능이 계속 나빠지게 된다. 주요 증상은 회색 및 흰색 대변과 황달이다. 따라서 담도폐쇄증을 조기 진단·치료하기 위해 부모가 갓난아이의 대변이 회색이나 흰색이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어린이 담도폐쇄증 치료 전문가’인 인경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를 만났다. 인 교수는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는 막혀 있는 간외 담도를 제거하는 ‘카사이 수술’을 빨리 받아 담즙 배출이 제대로 되게 해 간 기능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술 전에 간 기능이 많이 떨어졌거나 수술 후에도 담즙이 제대로 흐르지 않으면 간이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담도폐쇄증은.

“간은 소화액인 담즙(쓸개즙)을 만든다. 간 아래 붙어 있는 담낭(쓸개)이 담즙을 저장했다가 음식물이 들어오면 담즙 분비가 촉진된다. 이때 담즙은 간에서 소장까지 이어진 담도(담관·쓸개관)를 거쳐 십이지장으로 배출된다. 이 담도가 막히는 것이 담도폐쇄증이다.

성인 담도폐쇄증은 결석이나 종양 등이 담도를 막아 발생한다. 반면 출생 후 60일 이전에 나타나는 어린이 담도폐쇄증은 담도가 출생할 때부터 막힌다. 증상도 다르다. 성인 담도폐쇄증은 대부분 특정 담도 일부가 막히지만 어린이 담도폐쇄증은 간 내부와 외부에 동시다발적으로 막힌다. 나무줄기가 불에 타서 바짝 마르는 듯 담도 부피가 전반적으로 수축한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은 신생아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소 질환이고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 감염 등 발병 원인으로 면역 반응이 지나쳐 담도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자가면역질환 일종이라는 게 현재까지 알려진 연구 결과다.”

-출생 때부터 문제가 생기나.

“담즙은 주로 소장에서 기능을 한다. 그런데 담도가 막히면 담즙이 소장으로 가지 못해 간에 머물게 된다. 이로 인해 간이 손상되고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태어날 때부터 주로 발생하는 어린이 담도폐쇄증은 담도가 막히면서 동시에 간도 손상된다고 봐야 한다. 부모가 갓난아이의 질병 신호를 잘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어린 자녀의 대변 색깔이다. 소화에 문제가 생기기에 대변 색깔이 황금색이 아니라 회색이나 흰색을 띤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물론 황달도 증상의 하나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신생아에게 흔히 생기기 때문이다.

담도폐쇄증 확진을 위해 담도조영술이 필요하지만 출생 후 60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에게 큰 부담이기에 혈액검사를 먼저 시행한다. 빌리루빈 수치 등으로 담즙 정체 여부를 확인하고, 복부 초음파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해 담도폐쇄증이 의심되면 곧바로 전신마취 후 담도조영술을 시행한다.”

-치료는 어떻게 시행하나.

“담도폐쇄증으로 확인되면 ‘카사이 수술(hepatoportoenterostomy)’을 시행한다. 이렇게 확진 후 곧바로 수술하는 이유는 막힌 담도를 뚫을 수 있는 약물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수술로 막힌 담도를 절제하고 담즙을 소장으로 흘러 보내는 복원 수술로 아기의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카사이 수술은 간문부(肝門部) 담도와 소장을 문합(吻合·연결)하는 수술이다. 막힌 간 외부 담도를 잘라내고 간과 소장을 연결하는 것이다. 카사이 수술 후에도 간이 손상될 수 있다. 담도염과 담즙이 계속 정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 기능을 자주 추적 관찰해야 하며 기능이 떨어지면 간이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카사이 수술을 시행해도 간이 손상되기도 한다(5년 수술 성공률이 50% 정도). 카사이 수술로 막혀 있는 간 외부 담도를 잘라내 담즙이 흐르게 만들어도 여전히 좁아져 있는 간 속 담도가 흉터처럼 남아 담즙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카사이 수술 전에 이미 간섬유화가 많이 진행됐거나, 간경변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합병증이 생겼다면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담도폐쇄증 환자 3명 중 1명꼴로 1, 2년 안에 간이식을 고민해야 하고, 10세쯤 되면 환자의 50%가량이 간이식(대부분 부모로부터 기증받음)을 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이 간이식을 하는 원인 중 담도폐쇄증으로 생긴 간경변이 50% 이상을 차지한다.”

-간이식 후 주의해야 할 점은.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는 담즙 분비가 적고 간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상태로 성장기에 노출되므로 각종 비타민 부족이나 뼈 건강이 좋지 않을 때가 적지 않다. 간이식 후 간 기능이 좋아져도 부모는 자녀가 제 나이에 걸맞게 성장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간이식 후 성인 담도폐쇄증 환자는 이식된 간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면역억제제 혈중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부작용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는 성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가 간 손상을 늦추는 방법은 없나.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은 담도염이다. 담즙 정체와 장내 세균 감염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담도염은 간섬유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므로 되도록 항생제로 담도염을 빨리 치료해야 한다.

어린이 담도폐쇄증 환자가 기침·설사·구토 등 흔한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열이 난다면 담도염 가능성이 높기에 재빨리 진단·치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 담즙이 원활히 흐르도록 돕는 약이나 지용성 비타민 등 약을 잘 먹어야 한다. 또한 검진을 꾸준히 하면서 간 기능을 체크하고 간경변으로 악화했다면 위정맥류나 식도정맥류, 간폐증후군 등 합병증 발생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