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스라엘·하마스, 둘 다 전쟁범죄 저질렀다"

입력
2024.06.12 21:00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 첫 보고서 결론
"이스라엘, 기아·살해·성폭력 등 저질러"
"하마스도 살해·인질 납치·성폭력 자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벌이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을 심층 조사한 유엔 독립 조사위원회가 12일(현지 시간) 첫 보고서에서 "양측 모두 전쟁범죄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에 대해 이스라엘 당국이 책임져야 하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하마스) 역시 이스라엘에서 자행한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양측 모두 고문과 살해 또는 의도적 살인, 인간 존엄성 침해, 비인도적이고 잔인한 대우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전쟁 상황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를 조사해 왔다. 피해자와 목격자 인터뷰, 첨단 법의학 분석 기술 등이 조사에 활용됐다.

이번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다양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당국은 기아와 고의적 살해, 민간인에 대한 의도적 공격 지시, 강제 이송, 성폭력, 고문, 자의적 구금 등 각종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엄청난 수의 민간인 사상자와 광범위한 시설 피해는 이스라엘군이 원칙을 무시하고 최대한의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 수행한 작전의 결과"라며 "이스라엘 관리들의 선동적 발언 역시 또 다른 국제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주민을 살해하고 인질로 납치한 하마스 역시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스라엘 마을을 향해 수천 발의 미사일을 쏘고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이며, 무장단체 구성원이 고의적 살해와 상해, 고문, 인질 납치, 민간인 및 군인에 대한 성폭력 등을 저지른 사실도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또 "하마스의 성폭력은 이스라엘 여성을 대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자행됐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스라엘 주민에 대한 모든 의도적 공격과 고의적 살해, 고문, 비인도적 대우, 재물 파괴, 인질 납치 등은 전쟁범죄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나비 필레이 조사위원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의 공격과 보복으로 반복되는 폭력의 순환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국제법 엄수"라며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하마스 역시 공격을 멈추고 인질을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이번 보고서를 이달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6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