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한 불법 도박업장에서 중국군 군복이 발견돼 현지가 발칵 뒤집혔다. 옷의 실제 소유자나 용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범행용 소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까닭에 정치권 등에서는 중국 정부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12일 필리핀 PNA통신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지난 4일 급습한 팜팡가주(州) 불법 도박업장에서 중국인민해방군(PLA) 소유로 추정되는 군복을 적어도 3벌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옷에는 PLA라는 글자가 적힌 단추가 달려있었고, 소유자 이름으로 추정되는 한자도 적혀 있다고 덧붙였다. 업장 규모가 5.8헥타르, 건물 47채로 어마어마한 데다 여전히 수색이 진행 중인 만큼 추가 발견 가능성도 있다.
옷의 진위를 두고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업장을 급습한 PAOCC의 윈스턴 카시오 대변인은 “중국군이 침투해 불법 도박업장 직원인 척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확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상원도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셰르윈 가차리안 상원의원은 “중국 인민해방군 유니폼 존재는 국가 안보에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불법 도박업장이 필리핀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정부나 군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면 ‘소품’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란셀 파디야 필리핀군 대령은 “(업자들이) 불법 거래와 사기 행각을 벌일 때 (직원과 피해자를) 위협하기 위해 중국군 옷을 두었을 수 있다”며 “대중에 불필요한 두려움을 조성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PAOCC는 군복에 적힌 PLA가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을 의미하는지, 실소유자가 중국군인지, 개인의 일탈인지 중국의 조직적 범행인지 등 진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급습 당시 도박장 시설에서는 약 160명의 외국인도 발견됐다. 대다수는 중국인이고, 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국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정부는 이들이 취업 사기 등에 연루돼 납치됐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