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도피·진술 번복·술자리 회유… 이재명 기소까지 반전 거듭한 대북송금 수사

입력
2024.06.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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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李 영장기각 수사 최대 고비
이화영 1심 중형… 20개월 수사 종료

검찰이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기소하기까지 1년 8개월 동안 수사는 반전을 거듭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이뤄진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건은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의 억대 뇌물사건 수사 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2021년 10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쌍방울그룹의 이상 거래가 확인됐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 관련 뇌물 혐의를 수사하면서 쌍방울의 수십억 원대 외화 밀반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2022년 10월 14일 쌍방울그룹 간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초기부터 검찰의 칼끝은 스마트팜 등 대북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를 향했다.

하지만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2022년 5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자취를 감추면서다. 표류하던 수사는 이듬해인 2023년 1월 10일 김 전 회장이 태국의 한 골프장에서 붙잡히며 탄력이 붙었다. 1주일 뒤 국내로 송환된 김 전 회장은 처음에는 “이재명 대표나 경기도의 관련성에 대해 모른다”고 했지만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북사업 지원을 약속했고, 그래서 북으로 800만 달러를 대신 송금했다. 이재명도 이 사실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김 전 회장 폭로로 본격적으로 ‘윗선’을 향하던 검찰 수사는 또 난관에 부딪혔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2019년) 이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대납했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3개월 뒤 옥중 자필 입장문을 통해 “검찰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 대표 검찰 소환 조사를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검찰 수사는 최대 고비를 맞았다. 지난해 9월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을 묶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사팀에도 균열이 생겼다.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총괄 지휘하던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이 딸의 학교 입학을 위한 서울 강남 아파트 위장전입 등의 의혹에 휩싸이며 그해 11월 대전고검으로 발령 나며 물러났다. 지난 4월엔 “검찰 조사실에서 자신을 회유하기 위한 술자리가 벌어졌다”는 이 전 부지사의 폭로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일 재판부가 외국환거래법 위반(대북송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부지사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하며 수사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 전 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이 “이재명 대표에게 (대납이) 보고됐다고 들었다”는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점을 고리 삼아 검찰은 2년 가까이 이어온 수사를 종결하고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