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 부진에 고금리 충격까지 겹치면서 번 돈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역대 최대로 치솟았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 분석 결과’ 속보치를 보면,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인 국내 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6.9%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2%로 음전했다. 2020년 -3.2%와 2015년 -2.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에선 반도체 수출 감소로 전자·영상·통신장비 매출액이 15.9% 줄었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 정제·코크스 매출도 14.1% 꺾였다. 비제조업에선 상하이컨테이너 운임 지수 하락 등에 따른 운수·창고(-12.9%) 부진이 두드러졌다.
수익성 지표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매출액영업이익률(영업이익)은 3.8%로 전년(5.3%)보다 낮아져 2013년 통계 편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중이 상승한 결과다. 마찬가지로 전자·영상·통신장비업과 운수·창고업 등이 하락세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으로 갚을 수 있는 이자 비율을 나타낸 이자보상비율도 전년(443.7%)보다 대폭 하락한 219.5%로 역대 최저치를 새로 썼다.
이자보상비율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번 돈보다 내야 할 이자가 더 많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이 2022년 34.6%에서 지난해 40.1%로 뛰었다. 직전 최고치인 2020년(36.3%)을 뛰어넘은 역대 최고다. 반대로 수익성이 좋은 기업 비중은 줄었다. 이자보상비율이 500% 이상인 기업 비중은 1년 사이 38.9%에서 31.7%로 축소돼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강영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기업들의 차입금 평균 이자율과 금융비용 부담률이 상승했는데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총 자본 중 외부 조달자금 비중을 뜻하는 차입금 의존도가 전년과 동일한 28.8%를 기록하는 등 안정성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다만 부채비율은 102.6%로 전년(105%)보다 개선됐다. 이번 조사는 외부감사 대상인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3만2,032개 업체의 2022, 2023년 개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기업 경영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한은은 기대하고 있다. 강 팀장은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하고,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