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해 전국을 흔든 강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특히 강진이 잦은 영남권에 비해 한층 안정적이던 호남권에서 올해 한반도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내륙 어느 지역에서든 규모 4.0 정도의 지진은 발생할 수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 발생지 일대에서 규모 4.0 이상 강진이 발생한 것은 1978년 관측 이래 처음이다. 진앙(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 반경 50㎞에서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40회 관측됐는데 이 가운데 30회가 규모 3.0 이하였다.
이번 지진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함열단층에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것도 관측 이래 처음이다. 함열단층은 충남 부여군에서 부안군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층이다. 김근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상황대응팀장은 "전북 부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된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지질도상에서 보면 함열단층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지질자원연은 지진이 발생한 위치와 함열단층의 구조선이 비슷한 위치에 있으나, 실제 함열단층이 지진을 유발한 것인지는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반도에는 수많은 단층이 존재하고, 지표와 가까운 단층은 활성단층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활성단층은 과거 지진으로 지표가 파열되거나 변형된 적이 있어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말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2016년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처음엔 양산단층에서 지진이 유발된 것으로 조사됐으나, 실제로는 지표에서 보이지 않는 다른 단층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원인 분석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호남 지역이 강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서해안은 곡창지대라 지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고 부안에서도 뚜렷한 단층이 보고된 적은 없다"며 "동해안보다 주기가 짧을 수는 있지만 서해안 지역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특정 단층이 존재하고 여기에 힘이 오랜 기간 응축되면 대형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상당한 규모의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이날 오후 6시까지 관측된 17차례 여진 중엔 본진에 버금가는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과거에 발생했던 비슷한 규모의 지진을 보면 최소한 일주일 정도는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