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 "수도권에 '중박' 있으니 충청·영호남엔 '민박' 필요"

입력
2024.06.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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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2031년 세종시로 이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시 이전이 대의"

"서울과 수도권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있습니다. 중남부권을 대표하는 국가박물관으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 대의에 누가 반대할 수 있습니까."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서쪽에 위치해 늘 외국인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2031년이면 세종시로 본관 전체를 옮긴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박물관 이전이라는 중책을 안고 지난달 임명됐다.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관장은 "한순간 관람객 수의 감소가 두려워서 그런 대의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총사업비 1,981억 원을 들이는 박물관의 세종시 이전은 소요 기간이 14년(2016~2030년)에 이른다. 서울 본관에 근무하는 직원 약 190명도 함께 옮긴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 장 관장은 "세종시를 문화가 발달한 도시로 만들어 그곳에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모을 고민을 해야 한다"며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을 '세계문화박물관'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장 관장의 구상이다. 박물관은 2004년부터 중국, 네팔, 베트남, 볼리비아 등 세계 각국의 민속 유물과 재외한인동포 자료 3,525건(5,762점)을 수집했다. 이를 통해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세계인의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때문에 한국에 온 페루 소녀가 우리 박물관에 페루 문화가 소개된 것을 보고 느낄 감동을 생각해 보세요. 미래의 어린이들이 우리 문화의 장점과 우수성만 아는 게 아니라, 보편적인 생각을 넓게 이해하는 세계 시민으로 자라도록 하는 박물관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장 관장은 민속 콘텐츠의 공유와 확산 등 민속박물관 본연의 기능 강화도 강조했다. 그는 2004년 이후 35종 70권을 펴낸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편찬을 자랑스러운 박물관의 성과로 꼽는다. 온라인으로도 운영하는 이 콘텐츠는 포털 유입 접속자가 지난해 300만 명을 넘겼다. 올해에는 '한류문화상징사전'을 특별판으로 발간한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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