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김건희 여사 특검법' 여당 내 반란표 8표 이상 가능성 높다"

입력
2024.06.12 18:00
24면
[5선 의원으로 돌아온 박지원 전 국정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영부인 공개 소환할 것"
"차기 與대표 한동훈 어렵고 나경원 된다"
"민주당 팬덤, 홍위병식 언로 막아선 안 돼"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국회와 정당, 대통령실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과거 ‘3김씨’(김영삼·김대중·김종필)를 ‘정치 9단’이라 불렀다. 두 사람은 최고지도자가 됐고, 다른 한 사람은 5·16쿠데타를 주도한 후 평생을 복수의 정권에서 2인자, 킹메이커로 군림했다. 그들이 사라진 지금 정치 9단이라 불릴 인물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4년 전 낙선해 정계를 은퇴했다고 봤지만,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장으로 등장한 뒤 지난 4월 총선에서 5선 의원으로 여의도에 돌아왔다. 1942년생이니 헌정사상 최고령 지역구의원이다.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92.35%, 전국 최다 득표율로 당선됐다. 공산당에서나 가능할 기록이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쌓아온 정보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데다, ‘정권 저격수’에 ‘청문회 제왕’으로 회자된다. 본인의 정치이력도 특이하지만 그가 보는 정국 전망은 늘 주목 대상이다.

박 의원은 정치권 핵심 현안인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여당 내 ‘8표 이탈’ 가능성을 주시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민의힘이 재표결을 부결시킨 채 상병 특검법을 22대 개원 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22대 국회에선 야 6당 의석수가 192석이라 여당 의원 8명만 찬성하면 거부권이 무력화된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채 상병 특검법 통과가 현재로 보면 어렵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20~30표가 부족했지만 민심이 받쳐줘 바뀌었다. 이번도 민심에 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8표 확보가 더 용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채 상병 건은 대통령이 타깃”이라 김 여사 건이 상대적으로 여당 내 부담이 덜하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다.

박 의원은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영부인 검찰수사와 관련, “국민이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 여사를 공개소환해 포토라인에 서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극한의 여야갈등을 푸는 정치적 타협으로 “윤 대통령이 임기단축과 4년 중임제 개헌으로 업적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강성 팬덤 현상에 대해선 “중국 문화대혁명 홍위병처럼 반대의견에 입을 닫게 해선 절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어렵다”며 “(친윤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나경원 의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극한의 여야갈등 극복 '정치적 타협' 尹, '임기단축-4년 중임 개헌' 업적 필요"

-야당 의원으로서 윤 정부 2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잘한 점과 못한 점은 뭔가.

”가장 잘못한 것은 남북관계를 파탄 내고 9·19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이다. 남북 간 합의는 존중돼야 한다. 설사 북한이 위반하더라도 우리가 규탄할 명분이 되지 않나. 국제사회에서 설득도 하고 함께 북한을 압박할 그런 것이었는데 실질적 파기 쪽으로 가니 잘못했다. 잘한 것은 국민 나이 한두 살 내려주고(만 나이 통일), 부인 끔찍하게 사랑하는 법을 보여준 것 외엔 없다.”

-예상대로 박한 평가다.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보나.

”물론 아직 9·19 합의 파기는 아니다. 현재 효력정지인데 대통령이 파기선언은 하지 않았으니 돌아가야 한다. 총선 뒤 영수회담과 2주년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국민을 또 속인 것이다. 2년 만에 공약 지켜서 기자들에게 김치찌개, 계란말이 해줬지만 대통령이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남북관계, 의대 정원, 여야 관계 모두 '강대강'이다. 대통령 내외분이 변하지 않으면 험한 꼴 당하고 국민이 불행해진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총리 발탁설’이 있었는데 만나봤나.

”그렇다. 내가 박 전 장관과 가깝지만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체성이다. (윤 정부에) 가지 못하도록 말렸는데 결과적으로 나를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총선 민심을 보면 윤석열-이재명 공동정권이다. 공치(共治)를 해라, 협치를 해라, 이런 게 국민명령이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고 이재명 대표와 협의해 총리 추천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간보기식으로 민주당 출신 띄워보고 야당 파괴밖에 더 됐나. 난 그때도 대통령이 총리 안 바꾼다, 말 잘 듣는 한덕수 총리로 계속 간다고 했는데 실제 그러지 않느냐.”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으로서 윤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뭔가.

임기단축과 함께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바꾸는 개헌을 하는 게 좋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로 가도 된다. 지방선거와 대선 후 2년 있다 중간평가로 총선을 치르면 된다. 이건 이명박(MB) 정부 때 내가 민주당 원내대표일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얘기를 했었다. 안 대표가 개헌론자인데 틀림없이 대통령을 설득해서 임기 1년 단축 개헌을 받아오겠다고 해놓고 말이 없더라. MB는 주판알 튕기는 기업인이라 나도 기대는 안 했지만, 윤 대통령은 호탕한 모습이 있지 않나. 5060세대는 아직도 군사독재 기억이 있는데 이걸 모두 청산하고 제7공화국 시대를 여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한동훈 반기 들고 검찰 내부는 반발, 전당대회에 친윤 주자 없어… 모두 레임덕 증거"

-‘김 여사 특검법’과 검찰의 영부인 수사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이 총장이 소환조사까지는 할 것이다. 공개수사해서 김 여사를 포토라인에 서게 할 것이다. 거기까지는 간다.”

-이 총장이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식으로 된다는 건가.

”나는 그렇게 본다. 7월 말이면 인사청문회에 후임 총장이 임명될 것 아닌가. 사실상 지금부터 달 남았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가 당당하게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나가지 않았나. 행정관들 다 데리고 가고 수사방해나 다름없다. 검찰도 국민이 있기 때문에 나는 공개소환이 이뤄진다고 본다. 그 후 어떻게 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김 여사 특검법도 채 상병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여당 내 8표가 이탈해야 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부인이 디올백, 양평고속도로, 도이치모터스 다 관련되고 국민 70%쯤 안 좋게 보고 있다. 심지어 대구경북(TK)도 부정적이다. 채 상병 특검법보다 김건희 특검법은 8표 확보가 더 용이하다.”

-여당 의원들 입장에서 왜 그렇다고 보나.

”(뜸 들이며) 채 상병 건은 실제로 현직 대통령이 타깃 아닌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집권 후 최저인 21%(한국갤럽 5월 31일)인데.

”지금이 레임덕이다. 경험에 비춰 보면 레임덕의 증거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가는 것이다. 야당이나 멀리 있는 사람은 관계가 없다. 한동훈이 반기를 들고, 검찰이 내부에서 반기를 든다. 차기 여당 대표 선거에 나온다는 사람들도 친윤이 하나도 없지 않나.”

-“탄핵열차 준비”를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그런 위기가 벌어진다고 보나.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민심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달렸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근대사에 한 번도 지도자가 잘해서 위기를 극복한 게 없다. 민중이, 국민이 들고 일어났다. 4·19가, 5·18이, 촛불이 그랬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국민이 금을 갖다 바쳤기 때문에 극복된 것이다.”

-탄핵에 몰두하면 여론에 오만하게 보여 민주당이 역풍을 맞는 경우는 없겠나.

”대통령을 봐야 한다. 보수진영에서도 윤 대통령이 잘한다고 하는 사람 없지 않나. 보수언론도 한동훈에게 기대를 걸고 보호하고 있더라.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다시 손을 잡느냐, 이것이 차기 여당 대표의 관건인데 안 하지 않나.”

-말이 나온 김에 국민의힘 7월 전당대회를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가장 중요한 건 여권이, 대통령이 민심과 함께 가야 한다. ‘건심’과 함께 가면 안 된다. 당권이 유력한 후보들이 불타서 넘어진다. 한동훈마저 비윤으로 돌아서고 유승민, 나경원이…. 나는 나 의원이 유력한 당권 후보가 될 것으로 보는데 거기도 윤심은 안 업으려 하지 않나.”

-만에 하나 한동훈 대표 체제가 되면 당정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가 되긴 썩 어려울 것으로 본다.”

-보수지지층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늘 권력에 순종하는 DNA가 있다. 윤 대통령 임기가 3년이 남았는데 불편한 관계를 극복하고 당대표가 되겠느냐. 한 전 위원장은 ‘윤심’을 업지 않고 ‘민심’을 등에 업으려 하는데 현실로 돌아오면 당대표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친윤 주자를 김기현 전 대표처럼 육성해 당선시킨다는 얘기인데.

”그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쇠퇴했다. 그렇다고 유승민이 되겠나, 시키겠나. 나 의원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표가 될 것으로 본다.”


"충돌하던 조국 민정수석-윤석열 검찰총장 내가 메신저 역할 해줘"

-민주당 얘기를 하겠다. 김대중 총재 때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많이 다른가.

-“시대가 변하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가부장제에서 부모나 누나가 시키면 눈물 흘리면서 개성 없이 복종하고 순종하지 않았나. 지금은 젊은 자식에게 이거 좀 해라 하면 ‘아빠’ 하고 쳐다보고 우리가 죽지 않나(웃음). MZ세대에 기성세대가 맞춰갈 수밖에 없다.”

-당원중심주의 강화 흐름이 뚜렷하다. 국회의장과 원내대표까지 당원이 뽑겠다는데.

”나는 반대하고 있다. 250만 당원이 투표하면 대통령에 당선되나. 국민이 더 많고 2,500만 명이 유권자 아닌가. 대의정치로 국회의원이 당선되는데 국회법안도 다 국민투표로 해야 하나. 이 대표 연임론을 내가 가장 먼저 주장했지만, 지방선거를 위해 임기를 연장한다? 그런 건 반대한다고 이미 밝혔다.”

-DJ의 ‘연청’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압도적 영향을 끼치는 팬덤현상과는 달랐는데.

”가수 임영웅, 송가인같이 정치인도 팬덤을 무시할 수 없다. 나쁜 건 아니지만 당내 문제에 대해 언로(言路)가 트여야 민주주의가 돌아간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대 홍위병처럼 입을 닫게 한다면 그건 아니다.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나한테도 (강성지지층) 문자와 전화가 엄청나게 오지만 내가 그것에 좌우될 사람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출현이 민주당에 큰 도움을 줬다. 총선 참여를 예상했나.

”조국 대표가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이 될 때 부딪쳤던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사이에서 내가 메신저 역할을 해줬다(※박 의원은 더 이상의 질문에 함구했다). 나중에 내가 조국 교수에게 ‘국민 대배심원’에게 묻기 위해 나서라고 했다. 서울 관악이나 부산, 광주에 지역구로 출마하라고 권했다. 신당 창당 얘기가 나올 땐 민주당 비례연합에 조국 측이 참여하도록 내가 주장했지만 민주당이 배척했다. 모든 정치는, 고기를 그물 안에 잡아 두고 그물 안에서 서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박석원 논설위원
변한나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