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으로 수도권에서 전세보증금 수백억 원을 가로챈 세 모녀 일당의 주범(어머니)이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과 조직적 범행을 공모한 분양업자도 법정 최고형을 면치 못했고, 주범의 딸들도 징역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2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15년을,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의 두 딸에겐 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분양업체 대표와 팀장들에게는 징역 6~15년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전세사기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다수에게 막대한 재산피해를 끼치고 임대차 거래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질타하면서 "사기죄의 최고형이 15년이기에 입법상 한계에 따라 형을 정할 수 밖에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7년부터 2년간 서울 강서구 등에서 빌라 400여 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뒤 세입자 270명으로부터 보증금 614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가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송씨 등과 함께 범행 대상 주택을 낙점하면, 계약은 30대인 두 딸 명의로 맺는 식이었다.
재판에서 김씨 측은 "전세보증금을 빼앗으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무자본 갭투자는 보증금 반환에 실패할 위험이 통상의 경우와 비교해 크고, 피해자들도 이런 거래 방식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별도 사건에서 세입자 85명에게 183억 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7년부터 두 딸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의 빌라 500여 채를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분양대행업자 등과 공모해 세입자 85명으로부터 보증금 18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였다. 당시 1심 선고에서 김씨는 중형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법정에서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고 쓰러져 응급처치를 받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김씨 일당의 다른 범행을 파악해 추가 기소한 것이다.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사건이 병합되지 않은 채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김씨는 도합 25년형을 복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