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균주 훔치지 않았다"... 예비판결서 승기 잡은 휴젤

입력
2024.06.11 14:04
메디톡스-휴젤 지식재산권 국제 소송
"위반 없음" 예비심결, 최종 10월 결론
대웅제약 등 남은 소송에도 영향 전망

메디톡스와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의 균주 도용을 둘러싸고 벌인 국제 소송에서 휴젤이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휴젤의 위반 사항이 없다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 오는 10월 최종 판결이 남아있지만, 북미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휴젤의 하반기 현지 시장 출시는 예정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ITC는 10일(현지시간) 지난 2022년 3월 메디톡스가 제기한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의 미국 내 수입에 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 사건에 대해 "관세법 제337조 위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는 예비 심결을 내렸다. 관세법 제337조는 특허,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물품에 대한 불공정 수입을 조사하는 규정이다.

메디톡스는 휴젤이 절취한 균주를 사용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고 주장했지만, ITC 조사 결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젤과 휴젤 아메리카, 크로마파마 등에 메디톡스가 제기한 소송에서 관세법 위반 판단이 나왔다면 ITC는 수입 금지 또는 특정 기간 중 수입 제한을 결정했을 수 있다. 통상 이 금지 조치를 풀기 위해서는 소송을 제기한 측에 합의금, 로열티 등을 내고 합의한다. 앞서 메디톡스는 2020년 대웅제약을 ITC에 제소해 수입 금지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에는 대웅제약을 제외한 협력사 에볼루스와, 애브비, 메디톡스 간 3자 합의 계약을 통해 보톨리눔 톡신 제품 수출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번 소송도 휴젤이 본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를 허가받고 시장 진입을 추진하던 중 발생했다. 당초 균주와 제조 공정까지 영업기밀 도용 대상으로 삼았지만, 메디톡스 측이 소송 간소화를 이유로 공정 도용은 쟁점에서 제외했다. 휴젤 관계자는 “휴젤이 균주를 절취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이 예비 판결을 통해 밝혀졌다”며 “10월로 예정된 최종 심결까지 당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소송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디톡스 관계자는 “매우 유감이지만, 예비 판결은 전체 절차 중 초기 결정에 해당할 뿐”이라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ITC 전체위원회에 재검토를 요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결과로 휴젤은 미국 시장 출시를 계획대로 실행할 전망이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의) 북미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막대한 소송 비용이 실적에 부담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메디톡스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2.9% 축소됐다. 업계는 소송 비용이 해마다 수백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송 결과는 보툴리눔 톡신 업계 소송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이 만들어내는 신경 독소로, 주름 개선 기능이 있어 미용 의약품의 원료로 쓰인다. 최근에는 소아마비, 두통 등의 치료제로도 활용성이 확대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 약 30개 중 13개가 한국 기업이다. 국내 최초 제조사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휴젤 등 경쟁사가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웅제약과는 국내 민사소송 2심을 앞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1심은 대웅제약에 400억 원을 배상하고 균주를 인도하라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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