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경총 회장 "장시간 노동 자제해야 하나 유연성은 필요"

입력
2024.06.11 14:00
한국노총·경총 양자 대화 "신뢰 쌓는 좋은 일"
5인 미만 근기법 "지킬 여력 안 돼 유예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우리(한국 사회)가 장시간 노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한다"면서도 "때에 따라 장시간 일하고 다른 때 많이 쉬는 식으로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공감을 표한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2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참석 중인 손 회장은 10일(현지시간) 고용노동부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장시간 노동을 자꾸 유도해서는 안 되지만 어느 제한된 시간 안에서만 최대 근로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더 넓은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로 넓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다.

그는 "고용부 개편안에 대해 주 69시간이라는 말이 나와서 논의가 쑥 들어갔지만, 노동 유연성에 대해 노사가 얘기하다 보면 상호이해를 더 높일 기회도 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 확보 문제는 노사정이 참여 중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일·생활 균형위원회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손 회장은 특히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노동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도 원래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려고 했지만 근로시간 규제가 너무 딱딱해서 밤샘 연구 등이 잘 안 됐고 결국 손을 놓았다더라"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뿐 아니고 게임 등도 새로 개발하려면 집에 못 가고 밤새우기가 예사"라며 "그렇게 일한 뒤 (유연화를 통해) 일주일, 2주일 쉬는 방법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사정 대화에 대해서는 "경사노위에서 합의점을 찾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 노동 문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노총과 경총 간 양자 노·경 대화 채널에 대해서 손 회장은 "정부까지 껴서 하는 대화(경사노위)는 그대로 하고 (양자) 대화도 상당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두 단체가 대화하면서 환경을 좁히려고 노력하고 신뢰를 쌓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여야 모두 큰 틀에서 추진 의사를 밝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은 "국내 5인 미만 사업장들은 현재 근기법을 지킬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지 범법자만 자꾸 만들어내는 (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유예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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