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또 '100억대 횡령' 터졌다… "코인 등 투자해 60억 손실"

입력
2024.06.11 18:00
17면
금감원, 12일 현장검사 착수하기로
2년 전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재발
"시스템 문제인지 개인 일탈인지 볼 것"

우리은행에서 또다시 100억 원대 대형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2년 전 700억 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나서 내부통제 중요성을 강조하고 시스템을 정비한 것이 무색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검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11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오늘까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12일부터 현장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우리은행의 시스템적인 문제인지 개인의 일탈인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현장 검사는 우리은행이 횡령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 금감원에 신고한 지 이틀 만에 진행된다.

앞서 경남 김해시 소재 우리은행 한 지점에서는 대리 직급 A씨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100억 원가량의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자체 내부통제 체계가 작동해 대출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 추가 범행도 막았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드러나자 A씨는 전날 경찰에 자수했고, 은행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 횡령금 회수를 위한 구상권 청구와 A씨에 대한 인사 조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A씨가 빼돌린 돈을 해외선물과 코인에 투자해 최근까지 손실만 60억 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회수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앞서 우리은행에서는 2022년 4월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 B씨가 회삿돈 712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당시 은행권 사상 최대 횡령 사고였기도 했지만, B씨가 6년 동안 횡령을 저지르는 동안 대형 은행에서 내부통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수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해 3월 취임한 임 회장은 "시장 신뢰를 잃으면 순식간에 은행도 문을 닫을 수 있으므로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금융사고 내부자 신고에 최대 10억 원의 포상금까지 내거는 등 윤리경영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대규모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경영 선포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아무리 내부통제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어도 직원이 횡령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고객 자금을 빼돌릴 길은 다양하다고 보는 시각도 적잖다. 실제 이번 사건의 경우 기업대출을 담당하던 A씨가 기존 거래처와 서류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서류를 받아뒀다가 이를 단기 대출에 악용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본점 감리 시스템은 여신(대출) 기간이 3개월 이상 되는 것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단기 대출을 일으켜 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에서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반복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지점에서 대출이 취급되는 과정에는 지점장과 감사의 서류 확인 절차가 필수적인데, 이번 횡령은 대리급 직원이 취급하는 대출에 수개월 동안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출 적절성 확인 과정이 미흡하다'는 허점을 대리급 직원도 간파할 정도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허술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통해 우리은행의 이런 시스템 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사건 경과가 완벽하게 파악된 것이 아니라 섣부르게 판단하긴 어렵다"면서도 "내부통제 시스템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계속해서 허점이 발견되고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어 보완할 점이 있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