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수십 명이 지난 9일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이 3차 오물 풍선을 부양한 직후이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준비하던 때다. 이들은 우리 군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하자 바로 북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북한군의 대응 사격은 없었다. 군은 여러 정황상 일단 작업 중 길을 잃은 '단순 침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11일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중부전선 지역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작업하던 북한군 일부가 MDL을 단순 침범하여 우리 군의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 이후 북상했다"며 "이 외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DMZ는 수풀이 우거져 있고 MDL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우리 군은 이들이 MDL에 접근하기 전부터 관측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우리가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을 한 이후 즉시 북상한 것으로 봐서 침범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북한군 규모는 수십 명으로, 강원 철원과 경기 연천 인근 MDL을 약 50m가량 넘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도끼와 곡괭이 등 작업도구를 들고 있었고, 일부 인원은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단순 침범으로 평가한 것은 공개한 것 외에 다른 정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군이 발사한 경고 사격 발수와 북한군의 작업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뢰 매설 및 지뢰 식별 장치 보수 작업을 하던 북한군으로 추정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업도구들로 미뤄봤을 때 지뢰를 매설하기 위한 인원들로 추정된다"며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지뢰를 식별하기 위해 설치한 장치들이 유실되지 않도록 보수하는 작업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군이 길을 잃고 MDL을 넘어오는 경우가 흔치는 않지만, 수풀이 사람 키 높이까지 우거진 경우 길을 잃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단순 침범에 무게를 실었다.
위성항법장치 등으로 군사분계선 위치를 파악하는 우리 군과 달리 북한군은 열악한 관측장비 탓에 작업 중 간혹 군사분계선을 넘는 일이 발생한다. 군사분계선은 남북을 가르는 철조망 등이 아닌 서쪽에서 동쪽까지 세워진 1,000여 개 말뚝을 잇는 240㎞ 정도의 가상의 선이 그 역할을 한다. 통상 휴전선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