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사단장 부하 탓하며 “부하 선처해달라” 탄원서 제출

입력
2024.06.10 18:44
군 작전 중 발생한 일로 형사처벌하면
군인들은 처벌 이유 작전 거부 명분 갖게 돼
사고 원인은 대대장들 오해·오판 때문 주장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부하들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오전 탄원서를 우편으로 부치면서 경북경찰청 관계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로 같은 내용을 보냈다.

임 전 사단장은 탄원서에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군 작전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을 당연시하거나 책임회피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관의 명령과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 부하들이 선처받기를 희망해서”라고 제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 사건 처리 결과는 향후 한국군의 미래와 국가 안보에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만일 이번에 군 작전 활동에 참여한 제 부하들을 형사 처벌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이들 개개인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군 작전 활동 중에 발생한 일로 군인을 형사 처벌할 경우 군인은 형사 처벌 가능성을 들어 작전 수행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된다”며 “제 부하들의 형사책임 유무를 따짐에는 반드시 군과 군 작전활동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은 목숨이 위험해도 임무를 회피할 수 없으며 군 형법에 의해 처벌받는다”며 “경찰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투입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지만, 군대는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건의 원인으로 “포병대대 선임대대장인 포11대대장이 포병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욕에서 작전대상 지역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작전 지침을 전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단장은 수변지역 장화 높이까지 들어가라고 했으나 포11대대장이 허리까지 들어가도록 전파했다”면서 “(채 상병 소속대대인) 포7대대장은 작전 지침을 오해해 작전 대상 지역이 수변에 국한됨에도 허리까지인 경우에는 수중도 포함된다고 오판해 부하들에게 하천 본류까지 들어가 작전하도록 지시한 것”이라며 경찰이 명쾌하게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께 탄원서와 같은 취지의 글이 담긴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바 있다고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미리 메신저로 전달받았으며 우편물이 내일쯤 경북경찰청에 도착하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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