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여당이 총선 패배에 이어 정국 주도권마저 놓친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되자, 이를 계기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수용하기보다 또다시 '반사이익'에 기대려는 안일한 태도가 역풍을 자초할 것이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10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고리로 이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전날 한동훈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이재명 때리기'에 나선 데 이어 당 차원의 공세를 강화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전 부지사 판결 이후 '대북 송금 특검법'에 불을 지피는 민주당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김용태 유상범 전주혜 비대위원은 "민주당의 모든 정치적 행위의 지향점은 바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모면",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벌이는 각종 사법 방해와 입법권 남용은 대한민국 법치가 정치 권력에 의해 농단되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친명' 색채가 뚜렷한 의원들을 국회 상임위원장에 앉히려는 것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겉으론 '법대로'를 외치지만, 이 대표를 법의 심판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독주하는 것"(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국회를 바라보는 심정이 참담하다"(박준태 원내대변인)고 직격했다.
당내에서는 정국 주도권은 물론 정책 이슈마저 민주당에 선점당한 상황에서 일종의 돌파구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의혹으로 추가 기소될 경우 4가지 재판을 동시에 받게 돼 유력 대권주자로서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당이 또다시 이 대표 비판에만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총선 이후 당 체질 개선을 통한 민심 회복보다 야당의 결점만 부각하는 '네거티브 정치'에 골몰할수록 여당을 향한 여론의 평가는 악화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 초선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지지층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라며 "민생경제와 정책 마련에 방점을 찍고 내실을 다지는 모습을 보여야 민심이 마음을 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