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재 빙자하며 2차 가해 낳는 유튜버 돈벌이

입력
2024.06.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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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두고 유튜버들의 가해자 신상 폭로 경쟁이 불붙고 있다. 이들은 ‘사적 제재’ ‘정의 구현’ 등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피해자들의 2차 가해 호소는 안중에 없다. ‘고맙다’ ‘응원한다’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자양분 삼아 그저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논란은 이달 초 유튜브 채널 N이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 중 3명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름과 얼굴, 나이, 직장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들끓는 비판 여론에 가해자 1명은 직장에서 해고됐다. 유튜버들이 너도나도 폭로 경쟁에 동참했다.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P는 피해자의 음성과 함께 당시 판결문까지 공개했다.

N채널은 “피해자 동의를 얻었다”고 했지만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않았다”며 전면 부인한다. 심지어 잠시 영상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며 추가 폭로까지 예고했다. P채널 또한 “당시 판단력이 없는 상태에서 응한 통화 내용이 노출돼 피해자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피해자 여동생의 공개 호소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들의 폭로 영상 조회수는 100만 회를 넘나든다. 댓글창에는 통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다른 사건도 폭로해 달라는 제보자들의 글이 넘쳐난다. 당연히 짭짤한 수입을 올릴 것이다. 법과 제도가 하지 못한 응징을 바라는 대중의 호응을 돈벌이에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공익적 성격이 있다 해도 사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강력범죄 피의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디지털교도소’나, 양육비 미지급 해결을 위해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배드파더스’ 운영자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지적이다. 이번 밀양 사건에서도 가해자 여자친구로 엉뚱한 인물이 지목돼 마녀사냥을 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성범죄의 경우 2차 가해를 낳는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3일 회의에서 해당 영상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다시는 발을 붙이기 힘들 정도의 엄중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