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은 가까워졌어도... 국민은 다시 멀어지는 한일

입력
2024.06.11 00:10
27면

“한국의 긍정 34%, 부정 58%. 일본의 긍정 45%, 부정 46%.” 본보가 창간 70주년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 1,000여 명씩을 대상으로 ‘2024 공동 여론조사’(지난달 24~26일)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양국은 여전히 부정적 평가가 많았으며, 긍정 평가도 1년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일본 평가는 부정이 긍정보다 24%포인트 많았고, 일본인의 한국 평가는 긍정이 전년 대비 5%포인트 줄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복원’을 적극 추진하며 양국 관계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12년간 중단됐던 '셔틀 외교'가 재가동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한국인의 일본 긍정 평가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양국 국민들이 모두 냉정한 평가를 내리며 다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한국인의 일본 평가가 일본인의 한국 평가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바뀐 점이다. 양국 관계에 대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큰 괴리는 무엇보다 역사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양보안을 내놓았음에도, 일본 정부가 상응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숨기기 위해 ‘꼼수 등재’를 시도하다 최근 등재 보류 권고를 받았다. 9년 전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 등재 시도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징용 사실을 은폐하려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역사 왜곡 태도가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사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이 없다면 경제와 안보, 문화 등 현실적 관계 개선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비판적 여론을 무릅쓰고 관계 회복을 위해 내민 손을 일본 정부가 외면한다면, 양국 화해 분위기는 지속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양국 모두에 커다란 손해가 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의 일본 친밀감이 2013년 이후 최고치(32%)인 것을 더는 무색하게 만들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