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 기조연설에서 “기업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협력적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112차 ILO 총회에서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산업구조 재편으로 전 세계 노동시장은 대전환의 분기점을 맞이했다”며 “과거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제도와 규제는 미래세대를 위한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산업구조 변화에 맞게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존중하되 사업장 점거 금지와 대체근로 허용과 같이 노사관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총회 연설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 약자를 위해 “체감도 높은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정부의 보호·지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출산휴가 확대 및 육아휴직 급여 인상을 통한 일·가정 양립,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 강화 계획을 소개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 대표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연설대에 올라 “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존중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안타깝게도 친기업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노사 문제를 계층 간 대립 구도로 보는 낡은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적 대화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윤 대통령은 노사법치주의 확립이라는 슬로건 뒤에 숨어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편향적 태도를 버리고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동계와 진정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