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내 국회의장단 후보 및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를 20% 반영하는 '당원권 강화' 조항도 포함됐다. 강성 당원의 지지를 배경 삼아 이재명 대표의 연임과 대권 행보에서 예상되는 걸림돌을 없앤 것이다. 당원 중심주의를 내세워 권력자의 입맛에 맞춘 '1극 체제'를 강화한 정당이 민주화를 주도했던 민주당이고, 이날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란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 사퇴하도록 규정한 당헌 25조를 유지하되,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시'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당직자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사무총장이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당헌 80조도 폐지한다.
당헌 25조와 관련해 "국민의힘에 있는 예외조항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그러나 이 대표 연임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2026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한 뒤 2027년 3월 대선에 나서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당헌 80조는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당직자의 도덕성 강화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2022년 8월 한 차례 개정할 때도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 국민을 대표하기 위해 중립성이 필수인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권리당원 의견까지 반영키로 한 것도 국회의원의 양심에 따른 직무 수행(헌법) 및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국회법) 규정을 무력화할 수 있어 논란 대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민주당의 퇴행 징후들이다. 이번 개정에 공개 반대한 이는 친명 김영진 의원 정도였다.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는 동안 특별한 반대는 없었다지만, 지난 총선 공천에서 '비명횡사'를 목격한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원내 1당으로서 책임 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특정인을 위한 사당화는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러한 퇴행과 침묵이 반복된다면 민주당도 민심의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