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의 큰 걸림돌을 치웠다. 당헌·당규를 바꾸기로 하면서 당대표를 연임하더라도 2027년 대선 1년 전에 사퇴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대표직을 유지한 채 2026년 지방선거도 진두지휘할 수 있다. 총선 압승 이후 민주당이 대선을 향한 이재명 일극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 우선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대선 출마 전 사퇴 시한은 '대선일 1년 전'으로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폭넓게 열어뒀다. 차기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사유만 인정된다면 대선 1년 전인 2026년 3월까지 사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당직자가 부정부패에 연루됐을 경우 검찰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는 완전히 삭제된다. 배임, 뇌물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연관성이 높아 당대표 출마 전부터 이 대표의 걸림돌로 작용한 조항이다. 당시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당무위에서 '부당한 정치탄압 사례'로 인정받아 당헌 적용을 피했다.
원내대표 및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시 당원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통과됐다. 국회의원들의 투표로만 선출되던 방식에서 자동응답방식(ARS) 또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모인 권리당원(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들의 유효 투표를 20% 추가 반영하기로 바꿨다. 당원들의 입김이 세진 것이다. 이번 당규 개정안은 12일 당무위 의결,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대권을 위한 '맞춤용 개정'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유력 주자인 이 대표가 현재와 같은 당 장악력을 유지하며 대선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역으로 이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에 제동을 거는 상황이 연출됐다. 친명계 핵심인 김영진 의원은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 공천까지 다 한 이 대표가 바로 연이어 대선에 나가면 특혜를 받는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조항에 흠결이 많아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당대표 사퇴 시한 당헌은) 예외조항이 없어서 조항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며 "예외조항은 국민의힘 당헌을 참고해서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항변했다. 또 대선 후보 선출도 상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당무위 의결을 통해 대선 180일 이전에 마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조항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럼에도 당내 기류는 심상치 않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정된 당헌을 실제로 적용할 때 과연 이 대표에게 반대하는 목소리가 쉽게 나올 수 있겠나"라며 "우려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당헌 개정에 제동을 걸 당시 최고위에서는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이날 최고위에서는 별다른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